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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거대한 원형 스크린 속 애플·시위대·파묘···8채널 비디오로 직조한 ‘오늘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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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링3
2026-08-12 16:04 6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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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원형 화면,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또 다른 장면이 이어진다. 정부 기관과 중앙은행, 고층 빌딩이 오려 붙인 듯 서 있고, 애플·맥도날드 등 기업 로고가 눈에 들어온다. 기업가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무언가 논의하고, 검은 옷의 군중과 팻말을 든 시위대는 떼 지어 움직인다. 개별적인 장면들이 하나둘 맞물리며, 오늘의 정치·자본·노동·일상이 얽힌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함양아: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에서 함양아는 8채널 영상으로 전시장을 빙 두른 원형 스크린을 통해 펼쳐지는 신작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4.0’을 선보인다.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는 함양아가 2018년부터 이어온 장기 예술 연구 프로젝트다. 금융·정치·기술·교육·노동 등 현대사회의 여러 영역에서 데이터를 수집, 분류, 추상화해 인물과 건축물, 각종 기호가 겹쳐진 ‘무빙 이미지 콜라주’로 서사를 구축한다. 1.0 이후 버전을 거듭하며 사회 구조와 그 안의 개인을 추적해왔다.
22분 분량으로 선보이는 신작은 넘실대는 바다와 파묘를 담은 실사 영상으로 시작한다. 장례 행렬이 파노라마 속으로 들어서면서 장면은 거대한 사회 풍경으로 전환된다. 1970년대 후반 신자유주의의 부상에서 세계화와 금융화, 디지털 혁명, 팬데믹, 기후위기에 이르는 거대 서사와 탄생과 죽음, 일상과 노동 등 미시적 삶이 교차한다. 작가는 “개인의 고통은 개인의 삶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며, “수많은 원인과 결과가 연결되는 관계망”을 파노라마 안에 펼쳐놓는다.
멀찍이서 보면 오늘의 세계를 펼친 풍속화 같고, 가까이 다가가면 수많은 사건이 동시에 진행되는 온라인 게임 속 ‘오픈 월드’를 떠올리게 한다. 어느 군상을 좇느냐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읽히고, 화면 전체는 좀처럼 한눈에 잡히지 않는다.
19세기 서구의 파노라마가 세계를 하나의 시점에서 조망하는 경험을 제공했다면, 함양아의 파노라마는 복잡하게 얽힌 오늘의 세계가 하나의 시선으로 포착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전 작업이 시장, 제도와 같은 거시 구조에 무게를 뒀다면, 4.0은 그러한 흐름이 인간과 생태계에 남긴 흔적으로 시선을 넓힌다. 이야기는 직선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바다에서 출발한 영상의 마지막은 다시 바다로 이어진다. 원형 공간과 순환하는 서사가 겹쳐지며, 관람객은 그 안에서 끊임없는 발전을 전제한 진보의 서사가 아닌 대안적 패러다임을 떠올리게 된다.
파노라마 작업은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시스템의 붕괴와 개인·공동체의 고통을 마주한 함양아가 ‘작가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물으며 시작됐다. 전시에선 ‘잠’, ‘주림 2.0’ 등을 통해 그 질문의 궤적을 살펴볼 수 있다. 신작 ‘듣는 화자, 말하는 타자’는 세계 곳곳에서 개인들의 독백을 수집해 ‘파노라마’의 거대한 서사 안으로 삶의 목소리를 잇는다.
데이터를 수집해 사회 구조를 분석하는 일이라면 사회과학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함양아는 “불확실한 세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듣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곁에 머물며 불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예술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0월4일까지.
수도권에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지난 4일 경기 양주에서 50대 배달라이더가 열탈진 증상을 보이며 도로에 쓰러졌다. 노동자는 “배달해야 한다”면서 이송을 거부하다 119 구급대원들이 설득한 끝에 병원에 갔다. 같은 날 서울 서초구와 송파구의 쿠팡 물류센터에서도 배송기사 2명이 온열질환으로 쓰러졌다. 당시 쿠팡 서초캠프의 내부 온도는 42도까지 올라갔다.
올여름 극한 더위가 이어지면서 정부가 작업중지 등 각종 안전 대책 및 현장 점검을 강화하고 있지만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야외·이동 노동자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개정되면서 체감온도 33도 이상인 경우 사업주는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부여해야 한다. 노동부는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일 경우 ‘오후 2~5시 무더위 시간대 옥외작업 중지’, 체감온도 38도 이상에서는 ‘긴급조치 작업 외 모든 옥외 작업 중지’ 등 기온에 따른 단계별 작업 중지도 권고한다.
노동부가 정한 기준은 법령이 아닌 노동부 행정지침에 따른 권고 사항이다. 건설노조가 지난 5~7일 건설노동자 2515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체감온도 38도 이상에서 옥외작업이 전면 중지됐는지’란 질의에 응답자의 50%가 ‘별도 중단 지시 없이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재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노동자가 이를 요구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에게는 아예 적용되지 않는다.
택배사들 가운데 CJ대한통운이 재난 상황에서 배송기사가 자율적으로 업무를 중단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 및 배송 지연에 따른 면책권을 운영 중이다. ‘배송 마감시간’을 정해둔 쿠팡은 마감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기사의 담당 구역을 회수해버리는 ‘클렌징’ 제도까지 두고 있다. 지난 4일과 6일 쿠팡 배송기사 3명이 연달아 온열질환으로 쓰러진 것도 배송 마감시간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쿠팡이 지난 6월부터 당일 배송 주문 마감시간을 연장하면서도 배송 마감시간은 그대로 유지해 노동 강도가 더 심해졌다는 것이다.
폭염 등을 고려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는 지난 8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신선식품 배송 마감시간을 오후 8시에서 당일 자정까지로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그러나 택배노조 관계자는 “지역과 대리점에 따라 해당 조치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곳도 있었고, 회사 차원의 전체적인 공지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지부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열린 운수노동자 폭염안전 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일을 멈추면 소득이 0이 되는 배달노동자에게 휴식권을 보장하려면 소득 보전 대책이 필요하다”며 “고용보험을 재원으로 기후실업급여를 도입하거나, 플랫폼이 극한 기상에 따른 손실을 기후휴업급여로 직접 책임지도록 하는 방법 등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아노 한 대에 온갖 음악 끌어들인1840년 리스트의 ‘피아노 리사이틀’케빈 첸, 국내 첫 리사이틀서 재현
오는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르는 캐나다 출신 피아니스트 케빈 첸의 국내 첫 리사이틀 프로그램에는 한 작곡가 이름만 있다. 프란츠 리스트다. ‘2개의 차르다시’로 시작해 ‘돈 주앙의 회상’으로 끝날 때까지 8곡 모두 리스트로 채운다. 프로그램을 들여다보면 좀 흥미롭다. 분명 리스트의 작품이라고 돼 있는데, 우리가 아는 다른 작곡가의 이름과 작품이 등장한다. 곡명이 마이어베어 ‘악마 로베르’ 중 카바티나,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이졸데의 사랑의 죽음’ 등이다. ‘돈 주앙의 회상’이라는 곡명은 모차르트 ‘돈 조반니’와, ‘노르마의 회상’은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와 연관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관현악곡인 리스트의 교향시는 첸이 직접 독주곡으로 편곡해 들려준다. 이날 무대에 놓일 악기는 피아노 한 대뿐인데, 피아노 하나로 오케스트라와 오페라, 노래, 춤까지 표현한다. 실제로 리스트는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을 피아노로 옮기거나 다시 구성하면서 피아노의 영역을 크게 넓혔다. 첸의 이번 무대는 리스트의 작품을 모아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피아노 한 대에 온갖 음악의 세계를 끌어들였던 리스트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뻗어갔는지를 다시 보여주는 무대이기도 하다.
리스트가 넓힌 것은 피아노가 담을 수 있는 음악의 범위만이 아니었다. 그 피아노 앞에 앉은 한 연주자가 설 수 있는 무대의 범위도 넓혔다. 지금이야 피아니스트 한 명이 두 시간 안팎의 공연을 책임지게 마련이지만 19세기 초 유럽의 콘서트 풍경은 달랐다. 피아니스트와 가수, 여러 기악 연주자가 차례로 등장하고 때로는 오케스트라까지 함께하는 혼합형 공연이 흔했다. 한 연주자의 이름을 걸고 전체를 이끄는 형식은 낯설었다.
리스트는 이 같은 관행을 바꾼 연주자였다. 1840년 6월9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그의 공연 광고에는 ‘피아노포르테 리사이틀’이라는 낯선 표현이 등장했다. 당시만 해도 리사이틀은 주로 시나 이야기를 암송하는 데 쓰던 말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어떻게 피아노로 암송한다는 것인가’라며 의아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생소했던 이 말은 리스트가 보여준 새로운 공연 방식과 함께 퍼져갔고 이후 다른 피아니스트들도 리사이틀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19세기 후반에는 한 연주자가 중심이 돼 독주 음악을 들려주는 공연을 뜻하는 말로 음악계에 자리 잡았다. 여러 연주자가 한 무대를 나눠 갖던 콘서트와 달리 한 연주자가 중심에 서는 새로운 공연 형식이 리사이틀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오늘날에는 피아노 독주회뿐 아니라 바이올린, 첼로, 성악가의 공연에도 리사이틀이라는 용어가 쓰이며 두 연주자가 함께 프로그램을 꾸리는 ‘듀오 리사이틀’도 흔하다. 흥미로운 건 1840년 리사이틀에서 리스트는 자신의 작품만 연주했던 것이 아니다.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의 스케르초와 피날레를 피아노로 편곡해 연주했고 슈베르트의 가곡 ‘세레나데’와 ‘아베마리아’도 피아노로 들려줬다. 피아노 한 대가 품을 수 있는 음악의 경계를 넓히고 한 연주자가 무대를 오롯이 이끄는 방식. 186년의 시간을 건너 첸의 무대는 다시 리스트에게 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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