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뇌종양 아내 곁에서…작가 자전 소설
2026-08-15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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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수술실 앞에서 지인의 수술을 기다리는 보호자들은 대개 우두커니 자리에 앉아 있거나 주변을 서성인다. 수술 결과를 기다리며 할 수 있는 일이 그뿐이기 때문이다. 소설 주인공 ‘안시찬’도 마찬가지였다. 집에서 자다가 구토한 아내는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요일 이른 아침 구급차에 실려 간 아내는 병원 응급실에서 곧 중환자실로 옮겨진다.
아내가 쓰러지기 전부터, 쓰러진 뒤 병원에서 주인공이 장모·처제와 겪었던 일들과 느꼈던 바가 생생하게 기록된다. 아내의 병이 독감 정도이리라는 희망 섞인 예상, 아픈 아내를 보면서도 생각보다 슬프지 않아 ‘난 소시오패스가 아닐까’ 고민하는 모습, 방송 출연 같은 일정 중 어떤 것을 취소할지 선택하는 일, 며칠 뒤 이사 갈 아파트 잔금을 치르기 위해 말 못하는 아내로부터 통장 비밀번호를 알아낼 방법을 찾기까지.
아내의 왼쪽 전두엽에서 ‘신경교종’이라는 종양이 발견돼 바로 수술을 해야 하며 종양을 제거해도 말하고 글 쓰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비보가 전해진다. 주인공은 자신이 아내를 다그친 탓에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며 일순간 다리가 풀리고 마음이 무너진다. “반평생을 무신론자로 살아온 주제에 이제 와서 복을 비는 것도 부끄러웠다. … 자기 뇌에서 종양이 자라나기를 바랐다.”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다. 그의 아내는 지난해 4월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 진단을 받았다. 당시 상황을 그해 7월 월간 ‘현대문학’에 소설로 실었고 이번에 책으로 다듬어 냈다. 그사이 아내는 종양이 재발해 두 번째 뇌수술을 했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주인공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은 “많은 부분이 허구”라면서도 주인공이 겪은 감정은 “상당 부분 제 경험에서 나왔다”고 했다. 소설 속 주인공이 페이스북에 올린 아내의 투병을 알리는 글도 저자가 실제 올린 글을 본떠 가져왔다. 소설과 현실의 경계가 흐릿한 만큼, 예기치 못한 상황 속 약해지는 인간의 모습이 더욱 생생하고 안타깝게 느껴진다.
김상호 청와대 보도지원비서관(춘추관장)이 서울 강남의 무단 개조한 다세대주택을 임대해 월세를 받아온 사실이 드러났다. 김 비서관이 2014년 매입한 다세대주택에는 건축물 대장상 주차장과 계단실로 돼 있는 1층 공간을 개조한 원룸이 있는데 이 방을 매달 85만원의 월세를 받고 임대해온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청와대는 이달 초 사직서를 제출한 김 비서관을 지난 11일 면직 처리했다.
김 비서관은 “직접 증축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불법 건축물임을 알고도 12년간 월세를 받아온 사실이 부인되지는 않는다. 그는 심지어 “(주차장 일부를 원룸으로 개조하는 사례는) 전국화된 현상”이라며 “건축물 현황을 확인해 양성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자신의 위법 행위를 정책으로 합법화시키겠다는 발상이 놀랍다. 국민에겐 엄격한 실거주 의무를 요구하면서 대통령의 핵심 참모는 불법도 괜찮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내로남불’은 정권을 가리지 않고 반복되며 정책 불신과 국정 위기를 초래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땅을 사랑했을 뿐”이라던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와 수십 곳의 부동산을 소유했던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 등이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낙마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와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와 편법 증여 의혹 등으로 사퇴했다.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본인 소유 아파트 보증금을 대폭 올린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대변인 재직 중 관사에 거주하며 재개발 상가주택을 매입한 김의겸 전 대변인, 강남 아파트 두 채를 지키려 직을 내려놓았던 김조원 전 민정수석 등 문재인 정부 참모들도 국민들에게 깊은 상실감을 남겼다. 유독 부동산에 대해서는 공직윤리까지 쉽게 저버리는 고위공직자들로 인해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김 비서관의 행태는 이재명 정부 역시 예외가 아님을 확인시킨 것이어서 유감을 금하기 어렵다. 국민에게 엄격한 법 준수와 고통 분담을 요구하려면 공직자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는 상식이다. 정부는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 등 공직자의 부동산 사익 추구를 막는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얀거탑> <밀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등 수많은 명작 드라마를 남긴 안판석 감독이 별세했다. 향년 65세.
12일 방송가에 따르면 안 감독은 지난달 뇌출혈로 쓰러져 입원 치료를 받아오다 이날 세상을 떠났다.
1961년생인 안 감독은 1987년 MBC 드라마국 PD로 입사 후 1994년 MBC 베스트극장 <사랑의 인사>로 연출가로 데뷔했다. <짝>(1997), <장미와 콩나물>(1999), <아줌마>(2000) 등을 거쳐 2007년 <하얀거탑>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드라마 연출가 반열에 올랐다. 대학병원을 배경으로 권력을 향한 인간의 욕망과 조직 내부의 정치학을 치밀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웰메이드 드라마’ 열풍을 이끌었다.
이후 안 감독은 일상의 이면에 숨은 욕망과 계급 문제를 특유의 세밀한 연출로 파고들었다. <아내의 자격>(2012)은 강남 사교육과 중산층 가족의 균열을, 김희애·유아인 주연의 <밀회>(2014)는 불륜이라는 소재 너머 예술계의 욕망과 위선을 그렸다. 상류층 가족을 블랙코미디로 풍자한 <풍문으로 들었소>(2015)도 호평받았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2018), <봄밤>(2019)으로 ‘멜로의 거장’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2024년 <졸업>에서는 대치동 학원가를 배경으로 사교육 시장의 욕망과 사랑을 함께 들여다봤고, 지난해에는 기업 인수·합병을 소재로 한 <협상의 기술>을 선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영화로도 영역을 넓혀 2006년 차승원·조이진 주연의 <국경의 남쪽>을 연출하고 각본을 썼다. 오는 10월 공개를 앞둔 ENA 드라마 <연애박사>의 촬영과 편집까지 마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애박사>는 고인의 유작이 됐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
아내가 쓰러지기 전부터, 쓰러진 뒤 병원에서 주인공이 장모·처제와 겪었던 일들과 느꼈던 바가 생생하게 기록된다. 아내의 병이 독감 정도이리라는 희망 섞인 예상, 아픈 아내를 보면서도 생각보다 슬프지 않아 ‘난 소시오패스가 아닐까’ 고민하는 모습, 방송 출연 같은 일정 중 어떤 것을 취소할지 선택하는 일, 며칠 뒤 이사 갈 아파트 잔금을 치르기 위해 말 못하는 아내로부터 통장 비밀번호를 알아낼 방법을 찾기까지.
아내의 왼쪽 전두엽에서 ‘신경교종’이라는 종양이 발견돼 바로 수술을 해야 하며 종양을 제거해도 말하고 글 쓰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비보가 전해진다. 주인공은 자신이 아내를 다그친 탓에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며 일순간 다리가 풀리고 마음이 무너진다. “반평생을 무신론자로 살아온 주제에 이제 와서 복을 비는 것도 부끄러웠다. … 자기 뇌에서 종양이 자라나기를 바랐다.”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다. 그의 아내는 지난해 4월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 진단을 받았다. 당시 상황을 그해 7월 월간 ‘현대문학’에 소설로 실었고 이번에 책으로 다듬어 냈다. 그사이 아내는 종양이 재발해 두 번째 뇌수술을 했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주인공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은 “많은 부분이 허구”라면서도 주인공이 겪은 감정은 “상당 부분 제 경험에서 나왔다”고 했다. 소설 속 주인공이 페이스북에 올린 아내의 투병을 알리는 글도 저자가 실제 올린 글을 본떠 가져왔다. 소설과 현실의 경계가 흐릿한 만큼, 예기치 못한 상황 속 약해지는 인간의 모습이 더욱 생생하고 안타깝게 느껴진다.
김상호 청와대 보도지원비서관(춘추관장)이 서울 강남의 무단 개조한 다세대주택을 임대해 월세를 받아온 사실이 드러났다. 김 비서관이 2014년 매입한 다세대주택에는 건축물 대장상 주차장과 계단실로 돼 있는 1층 공간을 개조한 원룸이 있는데 이 방을 매달 85만원의 월세를 받고 임대해온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청와대는 이달 초 사직서를 제출한 김 비서관을 지난 11일 면직 처리했다.
김 비서관은 “직접 증축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불법 건축물임을 알고도 12년간 월세를 받아온 사실이 부인되지는 않는다. 그는 심지어 “(주차장 일부를 원룸으로 개조하는 사례는) 전국화된 현상”이라며 “건축물 현황을 확인해 양성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자신의 위법 행위를 정책으로 합법화시키겠다는 발상이 놀랍다. 국민에겐 엄격한 실거주 의무를 요구하면서 대통령의 핵심 참모는 불법도 괜찮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내로남불’은 정권을 가리지 않고 반복되며 정책 불신과 국정 위기를 초래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땅을 사랑했을 뿐”이라던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와 수십 곳의 부동산을 소유했던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 등이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낙마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와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와 편법 증여 의혹 등으로 사퇴했다.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본인 소유 아파트 보증금을 대폭 올린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대변인 재직 중 관사에 거주하며 재개발 상가주택을 매입한 김의겸 전 대변인, 강남 아파트 두 채를 지키려 직을 내려놓았던 김조원 전 민정수석 등 문재인 정부 참모들도 국민들에게 깊은 상실감을 남겼다. 유독 부동산에 대해서는 공직윤리까지 쉽게 저버리는 고위공직자들로 인해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김 비서관의 행태는 이재명 정부 역시 예외가 아님을 확인시킨 것이어서 유감을 금하기 어렵다. 국민에게 엄격한 법 준수와 고통 분담을 요구하려면 공직자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는 상식이다. 정부는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 등 공직자의 부동산 사익 추구를 막는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얀거탑> <밀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등 수많은 명작 드라마를 남긴 안판석 감독이 별세했다. 향년 65세.
12일 방송가에 따르면 안 감독은 지난달 뇌출혈로 쓰러져 입원 치료를 받아오다 이날 세상을 떠났다.
1961년생인 안 감독은 1987년 MBC 드라마국 PD로 입사 후 1994년 MBC 베스트극장 <사랑의 인사>로 연출가로 데뷔했다. <짝>(1997), <장미와 콩나물>(1999), <아줌마>(2000) 등을 거쳐 2007년 <하얀거탑>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드라마 연출가 반열에 올랐다. 대학병원을 배경으로 권력을 향한 인간의 욕망과 조직 내부의 정치학을 치밀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웰메이드 드라마’ 열풍을 이끌었다.
이후 안 감독은 일상의 이면에 숨은 욕망과 계급 문제를 특유의 세밀한 연출로 파고들었다. <아내의 자격>(2012)은 강남 사교육과 중산층 가족의 균열을, 김희애·유아인 주연의 <밀회>(2014)는 불륜이라는 소재 너머 예술계의 욕망과 위선을 그렸다. 상류층 가족을 블랙코미디로 풍자한 <풍문으로 들었소>(2015)도 호평받았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2018), <봄밤>(2019)으로 ‘멜로의 거장’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2024년 <졸업>에서는 대치동 학원가를 배경으로 사교육 시장의 욕망과 사랑을 함께 들여다봤고, 지난해에는 기업 인수·합병을 소재로 한 <협상의 기술>을 선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영화로도 영역을 넓혀 2006년 차승원·조이진 주연의 <국경의 남쪽>을 연출하고 각본을 썼다. 오는 10월 공개를 앞둔 ENA 드라마 <연애박사>의 촬영과 편집까지 마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애박사>는 고인의 유작이 됐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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