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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정지아의 선물]김치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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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링3
2026-08-17 04:14 1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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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내려와 아쉬운 게 몇 가지 있다. 그중 으뜸은 평양냉면이요, 둘째는 만두다. 그도 그럴 것이 냉면과 만두는 남도 음식이 아니라 이북 음식이다. 머나먼 이북의 음식을 한국의 최남단에서 어찌 먹었겠는가. 진주나 남원에 냉면 잘하는 집이 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먼 길 달려가 먹을 만큼 아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래도 가끔 그립기는 하다.
만두를 생각하면 어느 제자의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하는 시어머니가 자동으로 떠오른다. 그분이 직접 빚은 김치만두가 구례 산골까지 오게 된 경위는 좀 복잡하다. 구례 올 때부터 키우던 암컷 개 ‘호랑이’가 주인집 개의 새끼를 낳았다. 족보 있는 말라뮤트가 제 덩치의 십 분의 일이나 될까 말까 한 주인집 개(이 녀석은 태어난 이래 단 한 번도 목욕이라는 걸 해본 적 없는, 그야말로 똥개였다!)와 어찌 연을 맺었는지는 하늘과 땅만이 알 터이다. 아무튼 호랑이가 낳은 새끼는 머리는 말라뮤트만 하고 몸통은 주먹만 한 이등신이었다. 이 못난이들을 누가 데려갈 것 같지 않아 앞날이 캄캄했더랬다. 세상사 요지경이라더니 이게 웬걸, 금세 분양이 됐다. 그중 한 사람이 제자의 시어머니였다. 이 못난이가 과연 사랑받고 살 수 있을까, 암만해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재차 물었다.
이런 못난이도 괜찮으시대?
제자의 답변은 매번 명쾌했다.
그런 거 안 따지는 분이세요.
지금 돌이켜보니 내가 그런 걸 따지는 사람이었다! 아무튼 못난이는 두 달 뒤 어미 젖을 떼고 먼 길을 떠났다. 다음에 온 제자가 투박하게 생긴 만두를 몇봉지나 가져왔다. 맨입으로 귀한 생명을 덜컥 받을 수는 없다며 시어머니가 직접 만두를 빚어줬다나. 못난이를 떠맡기고 만두까지 얻어먹다니 한편으론 죄송하면서도 만두의 투박한 모양새에 쉽게 손이 가지는 않았다. 개 외모나 품종으로도 모자라 만두 모양새까지 따지는 편견 가득 찬 인간이었던 것이다, 나는. 썩 내키지 않았으나 먼 데서 이고 지고 온 정성을 외면할 수 없어 만두를 한 입 베어 문 순간 깨달았다. 이 투박한 만두가 내 인생 최고의 만두가 될 것임을. 분명히 고기도 들어갔다는데 고기의 식감이 느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혀 느끼하지 않았다. 두부와 김치만 든 듯 담백하고 고소하고 칼칼했다. 그로부터 십수년이 지난 오늘까지 그에 견줄 만한 만두를 만나본 적이 없다.
내 인생 최고의 만두를 이제 다시 만날 길이 없다. 제자가 이혼을 했기 때문이다. 이혼을 결심할 때 제자가 망설인 이유는 단 하나, 시어머니였다. 그이는 직접 농사지은 온갖 작물들을 아낌없이 며느리에게 내주었다. 평생 외롭게 자란 제자는 그이로부터 참으로 많은 것을 받았단다. 이혼을 하면 시어머니의 그 마음까지 끊어내야 할 터, 제자의 망설임이 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남편의 허물을 평생 끌어안고 살 수야 있겠는가. 그렇게 사람 좋은 어머니 밑에서 어찌 그런 자식이 나왔는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도 시어머니는 탓할 줄을 모른다 했다. 모든 것을 자기 잘못으로 돌렸다. 여러 자식 중 둘이나 속을 썩이다 못해 남의 손가락질을 받을 때도 시어머니는 아들 편을 들지도, 세상 탓을 하지도 않았다. 아들들 그리된 것이 모두 자신의 죄라 생각한 어머니는 노상 고개를 숙인 채 일체의 변명도 없이 입을 닫았다. 그 어머니가 안타까워 오래 망설였던 제자는 결국 그 집과 연을 끊었다. 그러고도 오래도록 시어머니를 그리워했다. 나도 그리워했다. 그이가 빚은 만두를.
만두가 생각나면 자연스레 그이가 떠오르고 그이가 지금도 키우고 있을 호랑이의 못난 새끼가 떠오른다. 머리는 큰데 다리가 짧아 오줌을 싸면 다리에 다 튄다는 못난이지만 그이라면 다 품고 아끼며 키우고 있지 않을까, 어쩐지 마음이 놓인다. 못나고 죄 많은 자식조차 품었던 어머니이니 다리에 오줌은 튀어도 크게 죄짓는 일은 없을 개 한 마리쯤이야 너끈히 품어주실 테지. 이런 어머니가 있어 못난 자식들도 숨 쉬며 살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부디 어머니의 말년은 평온하기를.
경기 구리시의 한 고등학교 역사 수업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질문했다. “일본 군부는 전쟁에 참여한 남성 군인과 ‘위안부’ 여성을 각각 어떤 존재로 바라보고 있었을까요?” 학생들에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과 함께 ‘위안소’를 찾은 일본 군인들의 회고록이 자료로 주어졌다. 서로 다른 위치에 있던 이들이 남긴 기록을 오가며 전쟁과 성폭력의 구조를 들여다본 학생들은 단순한 분노를 넘어 국가의 책임과 인권의 의미를 묻는 질문을 만들어갔다.
고 김학순씨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지 35년이 지났다. 그동안 이를 가르치는 교실의 풍경도 달라져 왔다. 과거 일본군의 가해와 피해자의 고통을 전하는 데 무게를 뒀다면, 이제는 전쟁과 젠더, 국가 폭력과 인권의 문제로 역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일본군 위안부 교육의 변화에는 교육과정과 교과서의 변화도 맞물려 있다. 일본군 위안부는 1992년 개정 교육과정 도입 이후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 실리기 시작하면서 점차 주요하게 다뤄야 할 역사적 사건으로 자리 잡았다.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문서 체계를 간소화하면서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한 구체적인 역사 사건의 명칭이 교육과정 본문에서 빠져 논란이 일었다. 이에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를 역사과 교과서 편찬 기준에 다시 명시했다. 교과서마다 서술 분량과 표현에 차이가 생긴 한편, 교사가 수업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할 여지도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율성이 커진 만큼 교사들이 마주한 고민도 커졌다. 지난 11일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교육이 지나친 반일 감정이나 국가주의·민족주의적 관점으로 흐를 가능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피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삶이 대상화될 위험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려는 수업이 구성되고 있다. 서울 길음초등학교 교사 배성호씨는 올해 위안부 수업을 하면서 위안부 연대 활동을 오랫동안 이어온 일본인 연구원과 학생들의 만남을 진행했다. 배씨는 “일본 정부의 잘못은 비판하되 복수와 증오가 아니라 화해와 평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경기 하안북중학교 교사 문순창씨는 “예전에는 진실을 알리고 피해 사실을 알리는 데 몰입한 교육이었다면 최근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피해자로만 전시하는 게 아니라 그 이후에 어떻게 진실을 밝히는 운동을 해왔는지 함께 본다”며 “단순히 ‘일본이 나쁘다’로 끝나는 게 아닌 전시 성폭력과 구조적 폭력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정치적 논란과 결합하거나 온라인에서 역사부정·가짜뉴스가 확산하면서 학교 현장에서 관련 주제를 다루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문씨는 “역사 부정 움직임이 커지면서 사안이 민감해지고 민원이 들어오니 교사들이 위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논쟁적인 역사적 사건을 둘러싼 주장과 정보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교사들은 아이들이 충분히 논의하고 대화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용인 처인고등학교 교사 이정숙씨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역사 부정을 하는 사람들의 뉴스도 함께 보고 글을 쓴다”며 “구태의연한 역사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하면 역사의식이 스스로 커지는 게 있다”고 말했다. 문씨는 “역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교화’보다 스스로 생각할 계기를 줘야 한다”며 “질문을 던지고, 필요하다면 불편함도 주고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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