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상황에 흔들…위태로운 지역 영화제
2026-08-2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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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영화제, 경기도 보조금 삭감 위기다음달 10일 개막 앞두고 개막식 축소정동진독립영화제도 시의회와 마찰“문화 가치 대신 경제성으로 예산 깎아”
지난 18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제18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DMZ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은 침체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한 경기도 측이 당장 다음달 개막을 앞둔 영화제에 도비로 편성한 예산을 일부 삭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불거지면서다.
“경기도 재정난으로 이런저런 위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에 맞춰서 영화제를 화려하게 꾸릴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동진 DMZ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는 다음달 10일 있을 개막식을 부대행사 없이 개막작 <하제>(황윤 감독) 상영만으로 축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DMZ영화제는 DMZ(비무장지대) 인근인 경기 파주시와 고양시 일대에서 평화와 생태 등을 주제로 매년 열리는 아시아 대표 다큐멘터리 영화제다. 올해 예산 40억원 중 경기도 보조금이 31억원(약 77%), 파주시 보조금이 8100만원(약 2%)으로 도비 의존도가 높다. 경기도 콘텐츠진흥원 경기영상위원회 주관으로 시작된 영화제는 2014년 사단법인으로 독립했지만, 그 대표자를 경기도지사가 맡는다. 사단법인의 설립·운영 및 지원에 관한 경기도 조례도 마련돼 있다.
경기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영화제 측은 갑작스러운 예산 삭감 위기에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오 집행위원장은 “예산 삭감이 공식적으로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어 선제적으로 여러 가지를 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감액 추경’을 예고했던 경기도는 19일 5465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감액하는 내용을 포함한 2026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경기도의회에 제출했다. 영화제 측은 “경기도 감액 금액이 당초 알려진 7700억원보다 줄어든 것으로 보아 (영화제 지원금 삭감 규모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며 “감액이 최소화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예산 삭감으로 곤혹스러운 것은 DMZ영화제만이 아니다. 지난 10일 폐막한 정동진독립영화제(사진)도 강릉시의회와 마찰을 빚었다. 시의회는 지난달 2026년 제1회 추경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영화제 지원비 2000만원과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운영비 3000만원 등 영화문화 관련 예산 1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하반기에 집행되는 예산을 없앤 것으로, 이번 영화제 자체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으나 단편영화 제작 지원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지방자치단체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릴 때, 지역 영화제가 창출하는 문화적 가치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올해로 28회를 맞는 정동진독립영화제는 강릉을 기반으로 하는 비영리 민간단체 강릉씨네마떼끄가 자생적으로 기획해 꾸려온 영화제다. 여름밤 야외에서 무료 상영을 진행하고, 관객이 직접 좋았던 작품에 ‘동전을 던져’ 투표한 결과로 수여하는 관객상(땡그랑동전상)으로 유명하다. 2024년에는 1만4000여명, 2025년에는 2만7000여명, 올해는 나흘(이달 7~10일) 사이 비가 내렸는데도 1만5000여명의 관객이 영화제를 찾았다.
강릉시의회 회의록을 보면, 일부 시의원은 ‘여름’을 상징하는 영화제를 “추울 때도 한번 해보라”거나, “27회까지 된 영화제가 계속적으로 지원을 받아서 해야 하냐”며 예산 삭감을 주장했다. 강릉씨네마떼끄 측은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이번 심의는 공공적 가치를 살피기보다 자립 가능성·수익성·관광객 유입 효과 등 경제적 효과 중심으로 사업을 평가하는 모습이었다”며 유감을 표했다.
강릉씨네마떼끄에서 15년을 근무한 송은지 정동진독립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재정이 넉넉지 않다고 하면 받아들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제가 지역에서 만들어낸 문화적 생태계에 대한 고려 없이 삭감 결정이 내려진 것에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비공개 만찬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 등 3대 메가 프로젝트와 함께 최근 미국의 대미투자 압박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졌을지 주목된다. 청와대는 이달 중 이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만남도 추진 중으로 전해졌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최 회장은 이날 서울에서 만나 주요 통상·산업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청와대 측은 “비공개 일정에 대해서는 확인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서밋’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두 사람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등 정부가 추진 중인 3대 메가프로젝트의 진행 상황과 관련한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메가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규제 완화, 세제 등 지원 패키지를 담은 메가특구특별법을 연내 제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부가 다음달 발표를 예고한 ‘대미 투자 1호 사업’ 협상 경과가 공유됐을 가능성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현재 한국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자국 내 메모리 투자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앞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거론하며 “미국으로 데려와 공장을 짓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방미 일정을 마치고 이날 귀국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러트닉 상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반도체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한·미 관세협상과 연계된 대미 투자 첫 프로젝트로는 가스 복합 화력발전소 등 에너지 분야가 유력하다.
두 사람의 만남은 SK하이닉스가 일본 미야기현에 메모리 반도체 생산공장을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주목받았다. <한겨레>는 이날 SK하이닉스의 일본 투자가 가시화하면서 자국 내 메모리 투자를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 측은 “추진된 바도 없고, 결정된 바도 없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SK하이닉스에 일본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는 보도에 대한 사실 여부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공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최 회장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재계 총수들과 연쇄 회동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람은 아예 중국 이름이네요. 상당히 충격적이네요. 읽을 수가 없어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한 소셜미디어 이용자가 올린 영상 속 말이다. 그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에 찬성 투표한 의원 명단을 비추다 ‘朴芝源’이란 이름 앞에서 멈추더니 “한국 정계에 중국인이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동명이인인 두 박지원 의원을 구분하느라 한 사람을 한자로 표기했을 뿐인데, 그것은 ‘중국 간첩’의 증거가 됐다.
“반국가세력끼리 공유하는 신종 암호라도 되는 모양이다.” 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은 지난 광복절 경축식 무대 뒤편 태극기가 잘못 걸렸다며 이렇게 말했다. 같은 당 손수조 미디어대변인은 “국가 전복을 획책하는 내란”이라고까지 했다. 광복군이나 김구 선생 등이 사용했던 옛 태극기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두 사람이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은 이 글을 쓰는 19일 현재까지 그대로 걸려 있다. 정정도, 사과도 없다.
한자·옛 태극기엔 ‘반국가’ 낙인정보 유출 쿠팡 대미 로비엔 침묵통상 흔들리고 손실은 시민 몫읽고 싶은 것만 읽는 것이 애국인가
그들이 말하는 반국가세력이나 간첩이 실상 상대편 정치세력을 ‘빨갱이’ 프레임에 가두기 위한 전략이라는 걸 모르진 않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곳곳에 암약하는 종북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겠다며 계엄을 선포한 게 2년이 채 안 됐다. 프레임의 실체는 늘 초라했다. 탄핵심판에서 비상계엄의 정당성 근거로 쓰인 건 중국인 간첩 99명을 체포했다는 허위조작 정보였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연간 검거되는 인원도 보잘것없다.
한국의 이익에 직접적 위협을 가하는 집단은 따로 있다. 쿠팡이 대표적이다. 매출 대부분을 한국에서 올리지만, 모기업은 미국에 있고 미국 증시에만 상장돼 있다. 최고 의사결정 구조도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비롯한 미국인 중심이다. 올해 1분기에만 미 정·관계에 26억여원의 로비자금을 뿌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쿠팡 주식을 18차례 매매했고 지금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재직 전 쿠팡에서 자문료를 받았다.
쿠팡은 한국보다 미국의 이익과 훨씬 가까운 곳에 서 있다. 3750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과징금 6246억원을 부과받자, 쿠팡은 미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펼쳤다. 그 결과 백악관이 “미국 기술기업을 차별적으로 표적 삼고 있다”며 한국 정부를 때렸다.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예민한 줄타기를 하던 한국은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핵추진잠수함 도입 등 안보 사안 논의는 쿠팡 문제로 지연됐다. 쿠팡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들여다보려던 공정거래위원회는 힘이 빠졌다. 독점 규제를 위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입법도 부담을 안게 됐다. 이 모든 손실은 한국 시민들의 몫이다.
자신의 잘못을 한국 정부의 탄압으로 치환해 미국에 호소하는 문법은 또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유죄를 받은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는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만난 사진을 공개했다.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간 미 국무부 인사들을 차례로 만나 한국 정부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해온 행보에 비춰보면 짐작은 어렵지 않다. 한·미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면 역시 쿠팡처럼 한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다.
틈만 나면 국익을 훼손하는 반국가세력을 몰아내자던 이들은 왜 아무 말이 없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미국에서 쿠팡의 로비를 받은 의원들을 만난 뒤 “미국 기업이 중국계 기업에 비해 차별받는다는 인식을 강하게 갖고 있다”며 거꾸로 쿠팡을 옹호했다. ‘중국 타령’도 빼놓지 않았지만, 발언만 봐선 어느 나라 당대표인지 잘 모르겠다.
태극기의 방향과 이름의 한자는 그토록 밝은 눈으로 찾아내는 이들이, 눈앞에 놓인 청구서는 읽지 못한다. 자신들이 떠받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라 하자 되레 한국 정부를 탓하는 모습을 보면 읽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읽을 수가 없어요”라던 영상 속 고백은 뜻밖에 정직했던 셈이다. 읽을 수 없는 게 아니라 읽고 싶은 것만 읽는 것. 그것이 그들이 말하는 애국의 정체다.
지난 18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제18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DMZ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은 침체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한 경기도 측이 당장 다음달 개막을 앞둔 영화제에 도비로 편성한 예산을 일부 삭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불거지면서다.
“경기도 재정난으로 이런저런 위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에 맞춰서 영화제를 화려하게 꾸릴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동진 DMZ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는 다음달 10일 있을 개막식을 부대행사 없이 개막작 <하제>(황윤 감독) 상영만으로 축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DMZ영화제는 DMZ(비무장지대) 인근인 경기 파주시와 고양시 일대에서 평화와 생태 등을 주제로 매년 열리는 아시아 대표 다큐멘터리 영화제다. 올해 예산 40억원 중 경기도 보조금이 31억원(약 77%), 파주시 보조금이 8100만원(약 2%)으로 도비 의존도가 높다. 경기도 콘텐츠진흥원 경기영상위원회 주관으로 시작된 영화제는 2014년 사단법인으로 독립했지만, 그 대표자를 경기도지사가 맡는다. 사단법인의 설립·운영 및 지원에 관한 경기도 조례도 마련돼 있다.
경기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영화제 측은 갑작스러운 예산 삭감 위기에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오 집행위원장은 “예산 삭감이 공식적으로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어 선제적으로 여러 가지를 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감액 추경’을 예고했던 경기도는 19일 5465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감액하는 내용을 포함한 2026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경기도의회에 제출했다. 영화제 측은 “경기도 감액 금액이 당초 알려진 7700억원보다 줄어든 것으로 보아 (영화제 지원금 삭감 규모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며 “감액이 최소화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예산 삭감으로 곤혹스러운 것은 DMZ영화제만이 아니다. 지난 10일 폐막한 정동진독립영화제(사진)도 강릉시의회와 마찰을 빚었다. 시의회는 지난달 2026년 제1회 추경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영화제 지원비 2000만원과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운영비 3000만원 등 영화문화 관련 예산 1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하반기에 집행되는 예산을 없앤 것으로, 이번 영화제 자체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으나 단편영화 제작 지원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지방자치단체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릴 때, 지역 영화제가 창출하는 문화적 가치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올해로 28회를 맞는 정동진독립영화제는 강릉을 기반으로 하는 비영리 민간단체 강릉씨네마떼끄가 자생적으로 기획해 꾸려온 영화제다. 여름밤 야외에서 무료 상영을 진행하고, 관객이 직접 좋았던 작품에 ‘동전을 던져’ 투표한 결과로 수여하는 관객상(땡그랑동전상)으로 유명하다. 2024년에는 1만4000여명, 2025년에는 2만7000여명, 올해는 나흘(이달 7~10일) 사이 비가 내렸는데도 1만5000여명의 관객이 영화제를 찾았다.
강릉시의회 회의록을 보면, 일부 시의원은 ‘여름’을 상징하는 영화제를 “추울 때도 한번 해보라”거나, “27회까지 된 영화제가 계속적으로 지원을 받아서 해야 하냐”며 예산 삭감을 주장했다. 강릉씨네마떼끄 측은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이번 심의는 공공적 가치를 살피기보다 자립 가능성·수익성·관광객 유입 효과 등 경제적 효과 중심으로 사업을 평가하는 모습이었다”며 유감을 표했다.
강릉씨네마떼끄에서 15년을 근무한 송은지 정동진독립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재정이 넉넉지 않다고 하면 받아들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제가 지역에서 만들어낸 문화적 생태계에 대한 고려 없이 삭감 결정이 내려진 것에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비공개 만찬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 등 3대 메가 프로젝트와 함께 최근 미국의 대미투자 압박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졌을지 주목된다. 청와대는 이달 중 이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만남도 추진 중으로 전해졌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최 회장은 이날 서울에서 만나 주요 통상·산업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청와대 측은 “비공개 일정에 대해서는 확인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서밋’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두 사람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등 정부가 추진 중인 3대 메가프로젝트의 진행 상황과 관련한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메가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규제 완화, 세제 등 지원 패키지를 담은 메가특구특별법을 연내 제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부가 다음달 발표를 예고한 ‘대미 투자 1호 사업’ 협상 경과가 공유됐을 가능성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현재 한국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자국 내 메모리 투자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앞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거론하며 “미국으로 데려와 공장을 짓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방미 일정을 마치고 이날 귀국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러트닉 상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반도체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한·미 관세협상과 연계된 대미 투자 첫 프로젝트로는 가스 복합 화력발전소 등 에너지 분야가 유력하다.
두 사람의 만남은 SK하이닉스가 일본 미야기현에 메모리 반도체 생산공장을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주목받았다. <한겨레>는 이날 SK하이닉스의 일본 투자가 가시화하면서 자국 내 메모리 투자를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 측은 “추진된 바도 없고, 결정된 바도 없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SK하이닉스에 일본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는 보도에 대한 사실 여부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공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최 회장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재계 총수들과 연쇄 회동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람은 아예 중국 이름이네요. 상당히 충격적이네요. 읽을 수가 없어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한 소셜미디어 이용자가 올린 영상 속 말이다. 그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에 찬성 투표한 의원 명단을 비추다 ‘朴芝源’이란 이름 앞에서 멈추더니 “한국 정계에 중국인이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동명이인인 두 박지원 의원을 구분하느라 한 사람을 한자로 표기했을 뿐인데, 그것은 ‘중국 간첩’의 증거가 됐다.
“반국가세력끼리 공유하는 신종 암호라도 되는 모양이다.” 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은 지난 광복절 경축식 무대 뒤편 태극기가 잘못 걸렸다며 이렇게 말했다. 같은 당 손수조 미디어대변인은 “국가 전복을 획책하는 내란”이라고까지 했다. 광복군이나 김구 선생 등이 사용했던 옛 태극기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두 사람이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은 이 글을 쓰는 19일 현재까지 그대로 걸려 있다. 정정도, 사과도 없다.
한자·옛 태극기엔 ‘반국가’ 낙인정보 유출 쿠팡 대미 로비엔 침묵통상 흔들리고 손실은 시민 몫읽고 싶은 것만 읽는 것이 애국인가
그들이 말하는 반국가세력이나 간첩이 실상 상대편 정치세력을 ‘빨갱이’ 프레임에 가두기 위한 전략이라는 걸 모르진 않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곳곳에 암약하는 종북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겠다며 계엄을 선포한 게 2년이 채 안 됐다. 프레임의 실체는 늘 초라했다. 탄핵심판에서 비상계엄의 정당성 근거로 쓰인 건 중국인 간첩 99명을 체포했다는 허위조작 정보였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연간 검거되는 인원도 보잘것없다.
한국의 이익에 직접적 위협을 가하는 집단은 따로 있다. 쿠팡이 대표적이다. 매출 대부분을 한국에서 올리지만, 모기업은 미국에 있고 미국 증시에만 상장돼 있다. 최고 의사결정 구조도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비롯한 미국인 중심이다. 올해 1분기에만 미 정·관계에 26억여원의 로비자금을 뿌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쿠팡 주식을 18차례 매매했고 지금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재직 전 쿠팡에서 자문료를 받았다.
쿠팡은 한국보다 미국의 이익과 훨씬 가까운 곳에 서 있다. 3750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과징금 6246억원을 부과받자, 쿠팡은 미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펼쳤다. 그 결과 백악관이 “미국 기술기업을 차별적으로 표적 삼고 있다”며 한국 정부를 때렸다.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예민한 줄타기를 하던 한국은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핵추진잠수함 도입 등 안보 사안 논의는 쿠팡 문제로 지연됐다. 쿠팡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들여다보려던 공정거래위원회는 힘이 빠졌다. 독점 규제를 위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입법도 부담을 안게 됐다. 이 모든 손실은 한국 시민들의 몫이다.
자신의 잘못을 한국 정부의 탄압으로 치환해 미국에 호소하는 문법은 또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유죄를 받은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는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만난 사진을 공개했다.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간 미 국무부 인사들을 차례로 만나 한국 정부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해온 행보에 비춰보면 짐작은 어렵지 않다. 한·미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면 역시 쿠팡처럼 한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다.
틈만 나면 국익을 훼손하는 반국가세력을 몰아내자던 이들은 왜 아무 말이 없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미국에서 쿠팡의 로비를 받은 의원들을 만난 뒤 “미국 기업이 중국계 기업에 비해 차별받는다는 인식을 강하게 갖고 있다”며 거꾸로 쿠팡을 옹호했다. ‘중국 타령’도 빼놓지 않았지만, 발언만 봐선 어느 나라 당대표인지 잘 모르겠다.
태극기의 방향과 이름의 한자는 그토록 밝은 눈으로 찾아내는 이들이, 눈앞에 놓인 청구서는 읽지 못한다. 자신들이 떠받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라 하자 되레 한국 정부를 탓하는 모습을 보면 읽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읽을 수가 없어요”라던 영상 속 고백은 뜻밖에 정직했던 셈이다. 읽을 수 없는 게 아니라 읽고 싶은 것만 읽는 것. 그것이 그들이 말하는 애국의 정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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