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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됐지만, 산모 죄인 몰아간 국가…근본 원인은 입법 공백” [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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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링3
2026-08-09 15:11 1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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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36주 임신중지’ 사건 항소심에서 산모 권모씨가 살인 혐의 무죄를 선고받자, 그를 대리한 김명선 변호사는 기쁜 마음보다는 안도감이 들었다고 한다. 만약 유죄가 나왔다면 “임신중지는 더 음지로 숨어들고 의료진도 위축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이번 무죄 판결이 사회적 논의를 이어갈 최소한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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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변호사와 재판 방청과 탄원 등을 이끌었던 나영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대표는 지난 3일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결코 산모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권씨 사건이 헌법재판소의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째 이어지는 입법 공백을 드러낸 상징적 일이라며 “임신중지를 했다는 이유로 국가가 여성들을 죄인으로 몰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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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권씨가 2024년 6월 자신의 임신중지 경험을 유튜브에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보건복지부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은 살아 있는 태아를 제왕절개로 출산케 한 이후 살해한 혐의로 권씨와 의료진을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권씨에게 태아를 살해할 고의가 미필적으로나마 있었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권씨가 산 채로 태어난 태아를 의료진이 살해할 것이라는 점은 인식하지 못했다”며 권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상고해 사건은 대법원에 올라가 있다.
김 변호사는 국선으로 우연히 권씨를 변호하게 됐다. 그는 관련 기록을 보고 나서 “이건 처음부터 무죄를 받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일부러 피고인에 대한 감정 이입은 완전히 배제하고, 법리만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술 전 브로커를 통해 아이가 사산되는 것 맞느냐고 물어본 문자 내역, 유튜브에 직접 올린 영상 등은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걸 뒷받침하는 증거”라며 “나타난 증거와 법리만 보면 살인 의도는 없었다는 건 명확했다”고 했다.
그런데도 1심 재판부는 산모가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했어야 한다”는 이유로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이에 대해 나영 대표는 “1심은 증인이나 피고인 신문을 할 때 현재의 보건 의료 상황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한계는 2심에서 보완됐다고 평가했다. 2심 재판에는 산부인과 전문의인 오정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이 참고인으로 출석해 임신 후기에도 태아 심정지를 유도한 뒤 배출하는 방식 등이 의료 현장에서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김 변호사는 “오 부위원장이 명확하게 의료 현장의 상황을 증언했고 이에 따른 제도의 공백이 구체적으로 뭔지를 설명했다”라며 “그러면서 재판부도 이전과는 다른 심도 있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들은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입법 공백에 있다고 강조했다. 나영 대표는 “정부는 보호출산제는 추진하면서도 임신중지 제도는 사실상 방치했다. 이 사건이 벌어진 이후 복지부 역시 상당한 정치적 압박 속에서 수사의뢰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낙태죄 대신 다른 것으로 처벌하려는 의지가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임신중지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나영 대표는 “왜 여성들이 후기까지 임신중지를 미루게 되는지부터 봐야 한다. 노동, 주거, 경제적 어려움, 가족관계, 의료 접근성 등 여러 사회적 조건을 함께 살펴야 한다”며 “우리의 주장은 더 활발히 임신중지를 하자는 게 아니다. 임신중지 이후의 삶을 제대로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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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국회에서도 몇주에 임신중지를 허용할 것인가 하는 단편적 논의에서 벗어나 공식 상담 시스템과 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의료진이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며 “출생한 아이에 대한 연계 시스템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 김정화 기자 [email protected]
검찰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의 개정 형사소송법 공포안이 4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개정법을 두고 “수사와 기소 분리는 비정상적 형사사법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첫 출발”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이 법안이 위헌이라거나 행정부 고유 권한을 침해하는 등 (법 개정에 따른 부작용이) 국회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개정법은 검사의 수사개시권과 보완수사권을 모두 삭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경찰은 두 달 안에 보완수사를 마쳐야 한다. 70여년 만의 혁명적 변화는 마침내 시작됐다. 어떤 결과가 생기든 그 책임은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돌아갈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경찰의 수사권 독점과 비대화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며 “새로운 수사 시스템 정착 과정에서 국민이 억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수사 공정성과 수사 역량 제고에 작은 빈틈도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뼈를 깎는 자세로 내부 비리 근절과 피해자 보호, 민주적 통제 강화에 매진해 믿음직한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장윤기 사건’ 이후 경찰 수사를 둘러싸고 국민적 불신이 커진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본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게 마련이다. 경찰 수사 전 과정에 적용되는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감찰 기능을 고도화해 ‘사건 암장’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기존에 검찰 수사를 중심으로 적용되던 영장 제도를 재정비하고, 범죄 피해자가 수사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형소법 개정 과정에서 최대 이슈는 검찰 보완수사권 존치·폐지 문제였다. 국민 여론은 존치 쪽이 압도적이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7월14~16일 조사) 결과 ‘유지해야 한다’가 61%, ‘전면 폐지해야 한다’가 23%로 나타났다. 이 대통령도 일부 예외적인 경우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언급을 몇 차례 한 바 있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국회에 맡기겠다고 했다. 집권여당 지도부는 국민 여론과도, 대통령 소신과도 반대 방향으로 달려간 셈이다.
이 대통령이 한때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했다는 게 더 이상은 ‘알리바이’가 될 수 없다. 오는 10월2일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까지는 5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 시스템 변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빚어질 경우 그로 인한 피해는 사회·경제적 약자에 집중될 우려가 크다. 이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에서 변경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세심하게 점검하고, 부족하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신속하고 과감하게 철저히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 약속을 반드시 지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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