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하이브리드 14만1825대·카니발 9만9889대 등 51만여대 ‘리콜’ 실시
2026-08-06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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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기아 카니발 등이 제작 결함으로 자발적 시정조치(리콜)를 한다.
국토교통부는 현대차·기아·스텔란티스코리아·혼다코리아에서 제작·수입·판매한 13개 차종 51만2393대에서 제작 결함이 발견돼 리콜을 실시한다고 6일 밝혔다.
이 가운데 현대차·기아(제네시스 포함) 차량이 11개 차종 50만9258대로 대부분이다. 투싼 5만1017대와 투싼 하이브리드 5만3764대는 전방충돌방지 보조시스템의 소프트웨어 설계 미흡에 따른 오작동으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 그랜저 하이브리드 14만1825대와 아반떼 하이브리드 2만6356대는 하이브리드 통합 제어기 소프트웨어 설계 미흡으로 화재가 날 가능성이 발견됐다. 제네시스 G80(3만7134대)·G90(4만4787대)·GV70(3930대)·GV80(3만1962대)과 현대차 그랜저(9246대), 기아 카니발(9만9889대)과 K8(9348대)은 엔진 내부 부품의 너트 체결 불량으로 연료가 누유돼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
스텔란티스 지프체로키 711대는 동력전달장치 조립 불량으로 주행 중 동력 상실 또는 주차 중 차량이 움직여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발견됐다. 혼다 오디세이 2424대는 후방카메라 케이스 균열 부위로 수분이 유입되면 기판이 부식돼 영상이 표시되지 않을 수 있어 시정조치에 들어갔다.
내 차의 리콜 대상 여부와 구체적인 결함 사항은 자동차리콜센터( 차량번호나 차대번호를 입력해 확인할 수 있다.
5일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한 직원이 주방 싱크대 하단 걸레받이 공간에 가려지게 설치하는 신제품 청소로봇 ‘LG 홈봇 AI 오브제컬렉션 로니’의 히든스테이션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우예 쓰는지는 우리도 모리고, 지난주엔가 회관에 설치하고 갔다. 저기 벌써 두 번째다. 할매들 안 쓴다 캐도 공짜라고 주고 가삐는데 우얄끼고.”
지난달 23일 경남 남해군 상주면 노도. 마을 반장 김창남씨가 회관 한쪽에 덩그러니 놓인 기계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커다란 모니터와 카메라가 달린 전형적인 키오스크(무인 단말기). 영어로 ‘떼어내세요’(Remove me)라고 적힌 비닐 포장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 전원 플러그조차 꽂혀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안 쓴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플러그를 꽂고 전원을 켜자 ‘비대면 진료 섬닥터’라는 화면이 나타났다. 그 아래로 뜨는 ‘해양수산부’ 로고가 이 기기를 “설치하고 갔다”는 것이 누구인지 짐작하게 했다.
김씨가 “벌써 두 번째”라고 했던 이유는 바로 옆에 있었다. 새로 설치한 키오스크 옆 바닥에는 전선이 감긴 채 굴러다니는 모니터, 스마트폰 공기계가 있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마을 주민이 한마디 거들었다. “회관도 좁은데 높은 분들한테 말해서 저거 좀 고마 가가라 하소.”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노도 마을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해수부가 올해 정부 사업으로 본격화한 ‘어복버스 비대면 섬닥터’ 단말기다. 2024~2025년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방식의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 고정형 키오스크 방식으로 전환했다. 섬 주민이 키오스크 화면으로 육지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처방약은 택배로 섬까지 배송받는 방식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섬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9.7점이었다. 이에 정부는 전국 240여개 섬에 이 장비를 설치한다는 목표로 올해 사업 예산만 51억2700만원을 책정했다.
그런데 정작 이날 노도에서 만난 주민 가운데 키오스크를 써봤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사용법을 아는 사람 역시 없었다. 주민 10명 중 7명 이상이 65세 이상인 섬마을에서 키오스크는 안 그래도 좁은 회관을 차지하고 앉은 쇳덩이였다.
2024년 2억8000만원, 지난해 3억5000만원이던 섬닥터 사업비는 올해 51억2700만원이 됐다. 민간기금을 활용해 시작했지만 사업 규모가 커지며 국비가 투입됐다. 올해 기준 국비 28억7700만원에 지방비와 수협재단 부담이 각각 11억2500만원씩이다.
문제는 수십억원 예산을 쏟아부으면서도 근거가 부실하다는 점이다. 해수부의 ‘어복버스 비대면 섬닥터 운영 현황’을 보면, 섬닥터는 사업 첫해인 2024년 121개 섬에 설치돼 진료 1771건을 처리했다. 하지만 정작 비대면 진료의 실효성을 입증할 핵심 지표인 ‘회원 등록 건수’ ‘처방 발행 건수’ ‘실제 약 배송 건수’는 모두 ‘자료 부존재’ 상태다. 자료가 있는 2025년 실적은 더욱 의문을 만든다. 회원등록 2315건, 진료 2315건, 처방 발행과 실제 약 배송이 각각 2151건이었다. 그런데 설치된 섬이 200곳이다. 단순 환산하면 한 곳당 연 진료 11.6건, 월 1건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이다.
올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달 30일 기준 설치된 키오스크는 154개소, 진료는 72건이다. 새 장비 설치가 지난 6월 말 시작됐기 때문에 해당 수치만으로 올해 성패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다만 진료 건수가 설치 개소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건 최소 82개 섬에서는 진료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통상 설치 당일 사용법을 알려주며 시범 진료를 해보는 것을 고려하면, 그마저 이뤄지지 않은 섬이 상당수라는 의미다. 노도 마을이 바로 그 사례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8월 말까지 200개소 설치를 끝내야 하는 일정이라 설치와 교육을 함께 하지 못한 곳이 있다”며 “노도를 포함해 추후 방문해 교육하겠다”고 말했다.
키오스크는 정부가 구매한 것도 아닌 민간기업에서 빌린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구매를 하면 장비 관리와 시스템 업데이트가 어려워 관리 차원에서 대여로 했다”며 “매년 사업자를 선정해야 하는데 특정 기기를 구매하면 호환 문제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사업을 계속하는 한 장비 임차와 관리 비용도 되풀이되는 구조다. 그 비용이 매해 9억7700만원이다.
섬닥터의 올해 총사업비 51억2700만원을 지난해 연간 진료 실적(2315건)으로 환산하면, 진료 한 번에 221만원의 세금을 쓰는 구조다. 차라리 그 돈으로 의사가 직접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는 것이 낫겠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그런 배가 있다. 경남·전남광주·충남·인천 등 4개 시·도가 운영하는 병원선 5척이다. 의사와 진료실, 약을 지을 조제 공간까지 싣고 매달 같은 섬을 돈다. 지난해 병원선 5척의 진료실적은 지자체가 ‘실인원’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 3만8853건이었다. 섬닥터 진료 2315건의 16.8배다. 병원선 경남511호의 지난해 운영예산은 5억8100만원이다. 키오스크를 빌리는 데 쓰는 9억7700만원의 60% 수준이다. 병원선 5척 운영예산을 모두 합쳐도 45억8551만원으로, 올해 섬닥터 사업비 보다 5억4149만원 적다.
게다가 이 배는 섬닥터가 보급되는 바로 그 섬에 이미 들어가고 있다. 두 사업이 같은 섬에서 만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해수부는 섬닥터 보급 대상 선정 기준을 “연도교로 연결이 안 돼 있는 섬 중에서, 공중보건의가 없는 섬”이라고 설명했다. 병원선이 순회 대상을 정하는 기준도 같다. 실제로 경남에서는 섬닥터 대상 44개 섬 가운데 32곳에 병원선이 매달 들어간다.
진료 내용도 상당 부분 겹친다. 해수부가 꼽은 섬닥터의 주요 진료는 근골격계 질환과 고혈압·고지혈증이다. 병원선이 매달 혈압을 재고 약을 조정하는 바로 그 질환이다. 지난해 경남511호가 처방한 14만7382일분의 약 가운데 30.1%가 고혈압·당뇨 약이었다.
같은 섬, 같은 주민, 같은 병. 그런데도 정부는 섬닥터와 병원선의 관계를 ‘보완’이라고 설명한다. 해수부 관계자는 “한 달에 한 번 들어가는 병원선만으로는 좀 부족하지 않나 싶어서, 서로 보완하는 형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완이 성립하려면 최소 세 가지가 필요하다. 병원선이 언제 들어가고 언제 결항하는지 알고, 그 공백을 메우고 있어야 한다. 또 주민이 그사이 어떤 진료를 받고 무슨 약을 받았는지 다음 달 방문 때 볼 수도 있어야 한다. 화면으로 판단이 서지 않을 때는 병원선 대면진료로 넘길 경로도 있어야 한다. 현재 이 중 가능한 것은 없다.
해수부는 섬닥터 사업은 비대면 진료 제도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거쳤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대면진료와 관련해 협의한 것은 맞지만,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 (사업을) 하게 해준다”며 “해수부가 추진하는 것이라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현장 요구는 정부가 택한 방향과 달랐다. 병원선을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새 장비를 더 놓기보다 이미 매달 섬을 찾는 병원선을 최대한 활용하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기상악화나 선박 고장으로 예정된 순회진료가 무산된 날만이라도, 기존 환자에 한해 전화·화상 진료를 허용해달라는 것이 대표적이다.
박경숙 경남도 병원선 담당 사무관은 “요즘도 주민들이 아프면 ‘약 좀 보내주면 안 되느냐’는 전화가 온다”고 말했다. 특히 고령의 섬 주민들은 화면 속 처음 보는 의사보다 매달 얼굴을 맞대는 병원선 의료진을 가깝게 여긴다.
그러나 병원선은 전화에 답할 수 없다. 병원선은 의료법상 의료기관도, 지역보건법이 열거한 지역보건의료기관도 아니다. 오는 12월24일 개정 의료법이 시행되면 비대면진료가 상시 제도가 되지만 그 진료를 할 수 있는 기관 목록에도 병원선은 빠져있다. 비대면 진료 제도를 주관하는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병원선의 지역보건의료정보시스템(PHIS) 이용을 법 개정 없이 행정 결정으로 허용했다. 그러나 비대면진료 허용 여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원선은 의사가 섬으로 들어가 대면진료를 하는 수단”이라며 “섬 주민이 필요하면 육지 병원에 전화·화상으로 연결해 진료받고 약을 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섬마을을 이해하지 못한 것에 가깝다.
섬에는 글을 읽지 못하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회원등록과 본인확인, 예약을 거쳐야 화면이 열리는 키오스크 앞에서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마을 대표가 도우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다. 해수부도 장비를 설치할 때 이장·통장 등 마을 대표를 관리자로 지정해 사용법을 교육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역할에 주어지는 보상은 없다. 섬닥터를 설치하고 있는 해수부 관계자는 “돕는 것은 의무가 아니고, 봉사 정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전화도 다르지 않다. 병원선 의료진이 매달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고령의 어르신이 어디가 아프고, 무슨 약을 원하는지 짚어내는 것이다. 얼굴을 맞대고 표정과 걸음걸이를 보면서 되묻고, 지난달 기록과 맞춰봐야 겨우 나오는 답이다. 처음 통화하는 육지 의사가 목소리만 듣고 그 일을 대신하기는 어렵다.
반면 병원선에는 그 일을 할 조건이 갖춰져 있다. 매달 같은 섬을 도는 사이 의료진은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무슨 약을 먹는지, 지난달 혈압이 얼마였는지를 안다. 배 안에는 약을 짓는 조제 공간이 있어 처방한 약을 곧바로 지어 빠르게 섬으로 들여보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병원선 활용 계획이 없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그 병원선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그게 주무 부처가 다릅니다.”
국토교통부는 현대차·기아·스텔란티스코리아·혼다코리아에서 제작·수입·판매한 13개 차종 51만2393대에서 제작 결함이 발견돼 리콜을 실시한다고 6일 밝혔다.
이 가운데 현대차·기아(제네시스 포함) 차량이 11개 차종 50만9258대로 대부분이다. 투싼 5만1017대와 투싼 하이브리드 5만3764대는 전방충돌방지 보조시스템의 소프트웨어 설계 미흡에 따른 오작동으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 그랜저 하이브리드 14만1825대와 아반떼 하이브리드 2만6356대는 하이브리드 통합 제어기 소프트웨어 설계 미흡으로 화재가 날 가능성이 발견됐다. 제네시스 G80(3만7134대)·G90(4만4787대)·GV70(3930대)·GV80(3만1962대)과 현대차 그랜저(9246대), 기아 카니발(9만9889대)과 K8(9348대)은 엔진 내부 부품의 너트 체결 불량으로 연료가 누유돼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
스텔란티스 지프체로키 711대는 동력전달장치 조립 불량으로 주행 중 동력 상실 또는 주차 중 차량이 움직여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발견됐다. 혼다 오디세이 2424대는 후방카메라 케이스 균열 부위로 수분이 유입되면 기판이 부식돼 영상이 표시되지 않을 수 있어 시정조치에 들어갔다.
내 차의 리콜 대상 여부와 구체적인 결함 사항은 자동차리콜센터( 차량번호나 차대번호를 입력해 확인할 수 있다.
5일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한 직원이 주방 싱크대 하단 걸레받이 공간에 가려지게 설치하는 신제품 청소로봇 ‘LG 홈봇 AI 오브제컬렉션 로니’의 히든스테이션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우예 쓰는지는 우리도 모리고, 지난주엔가 회관에 설치하고 갔다. 저기 벌써 두 번째다. 할매들 안 쓴다 캐도 공짜라고 주고 가삐는데 우얄끼고.”
지난달 23일 경남 남해군 상주면 노도. 마을 반장 김창남씨가 회관 한쪽에 덩그러니 놓인 기계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커다란 모니터와 카메라가 달린 전형적인 키오스크(무인 단말기). 영어로 ‘떼어내세요’(Remove me)라고 적힌 비닐 포장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 전원 플러그조차 꽂혀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안 쓴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플러그를 꽂고 전원을 켜자 ‘비대면 진료 섬닥터’라는 화면이 나타났다. 그 아래로 뜨는 ‘해양수산부’ 로고가 이 기기를 “설치하고 갔다”는 것이 누구인지 짐작하게 했다.
김씨가 “벌써 두 번째”라고 했던 이유는 바로 옆에 있었다. 새로 설치한 키오스크 옆 바닥에는 전선이 감긴 채 굴러다니는 모니터, 스마트폰 공기계가 있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마을 주민이 한마디 거들었다. “회관도 좁은데 높은 분들한테 말해서 저거 좀 고마 가가라 하소.”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노도 마을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해수부가 올해 정부 사업으로 본격화한 ‘어복버스 비대면 섬닥터’ 단말기다. 2024~2025년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방식의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 고정형 키오스크 방식으로 전환했다. 섬 주민이 키오스크 화면으로 육지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처방약은 택배로 섬까지 배송받는 방식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섬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9.7점이었다. 이에 정부는 전국 240여개 섬에 이 장비를 설치한다는 목표로 올해 사업 예산만 51억2700만원을 책정했다.
그런데 정작 이날 노도에서 만난 주민 가운데 키오스크를 써봤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사용법을 아는 사람 역시 없었다. 주민 10명 중 7명 이상이 65세 이상인 섬마을에서 키오스크는 안 그래도 좁은 회관을 차지하고 앉은 쇳덩이였다.
2024년 2억8000만원, 지난해 3억5000만원이던 섬닥터 사업비는 올해 51억2700만원이 됐다. 민간기금을 활용해 시작했지만 사업 규모가 커지며 국비가 투입됐다. 올해 기준 국비 28억7700만원에 지방비와 수협재단 부담이 각각 11억2500만원씩이다.
문제는 수십억원 예산을 쏟아부으면서도 근거가 부실하다는 점이다. 해수부의 ‘어복버스 비대면 섬닥터 운영 현황’을 보면, 섬닥터는 사업 첫해인 2024년 121개 섬에 설치돼 진료 1771건을 처리했다. 하지만 정작 비대면 진료의 실효성을 입증할 핵심 지표인 ‘회원 등록 건수’ ‘처방 발행 건수’ ‘실제 약 배송 건수’는 모두 ‘자료 부존재’ 상태다. 자료가 있는 2025년 실적은 더욱 의문을 만든다. 회원등록 2315건, 진료 2315건, 처방 발행과 실제 약 배송이 각각 2151건이었다. 그런데 설치된 섬이 200곳이다. 단순 환산하면 한 곳당 연 진료 11.6건, 월 1건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이다.
올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달 30일 기준 설치된 키오스크는 154개소, 진료는 72건이다. 새 장비 설치가 지난 6월 말 시작됐기 때문에 해당 수치만으로 올해 성패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다만 진료 건수가 설치 개소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건 최소 82개 섬에서는 진료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통상 설치 당일 사용법을 알려주며 시범 진료를 해보는 것을 고려하면, 그마저 이뤄지지 않은 섬이 상당수라는 의미다. 노도 마을이 바로 그 사례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8월 말까지 200개소 설치를 끝내야 하는 일정이라 설치와 교육을 함께 하지 못한 곳이 있다”며 “노도를 포함해 추후 방문해 교육하겠다”고 말했다.
키오스크는 정부가 구매한 것도 아닌 민간기업에서 빌린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구매를 하면 장비 관리와 시스템 업데이트가 어려워 관리 차원에서 대여로 했다”며 “매년 사업자를 선정해야 하는데 특정 기기를 구매하면 호환 문제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사업을 계속하는 한 장비 임차와 관리 비용도 되풀이되는 구조다. 그 비용이 매해 9억7700만원이다.
섬닥터의 올해 총사업비 51억2700만원을 지난해 연간 진료 실적(2315건)으로 환산하면, 진료 한 번에 221만원의 세금을 쓰는 구조다. 차라리 그 돈으로 의사가 직접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는 것이 낫겠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그런 배가 있다. 경남·전남광주·충남·인천 등 4개 시·도가 운영하는 병원선 5척이다. 의사와 진료실, 약을 지을 조제 공간까지 싣고 매달 같은 섬을 돈다. 지난해 병원선 5척의 진료실적은 지자체가 ‘실인원’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 3만8853건이었다. 섬닥터 진료 2315건의 16.8배다. 병원선 경남511호의 지난해 운영예산은 5억8100만원이다. 키오스크를 빌리는 데 쓰는 9억7700만원의 60% 수준이다. 병원선 5척 운영예산을 모두 합쳐도 45억8551만원으로, 올해 섬닥터 사업비 보다 5억4149만원 적다.
게다가 이 배는 섬닥터가 보급되는 바로 그 섬에 이미 들어가고 있다. 두 사업이 같은 섬에서 만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해수부는 섬닥터 보급 대상 선정 기준을 “연도교로 연결이 안 돼 있는 섬 중에서, 공중보건의가 없는 섬”이라고 설명했다. 병원선이 순회 대상을 정하는 기준도 같다. 실제로 경남에서는 섬닥터 대상 44개 섬 가운데 32곳에 병원선이 매달 들어간다.
진료 내용도 상당 부분 겹친다. 해수부가 꼽은 섬닥터의 주요 진료는 근골격계 질환과 고혈압·고지혈증이다. 병원선이 매달 혈압을 재고 약을 조정하는 바로 그 질환이다. 지난해 경남511호가 처방한 14만7382일분의 약 가운데 30.1%가 고혈압·당뇨 약이었다.
같은 섬, 같은 주민, 같은 병. 그런데도 정부는 섬닥터와 병원선의 관계를 ‘보완’이라고 설명한다. 해수부 관계자는 “한 달에 한 번 들어가는 병원선만으로는 좀 부족하지 않나 싶어서, 서로 보완하는 형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완이 성립하려면 최소 세 가지가 필요하다. 병원선이 언제 들어가고 언제 결항하는지 알고, 그 공백을 메우고 있어야 한다. 또 주민이 그사이 어떤 진료를 받고 무슨 약을 받았는지 다음 달 방문 때 볼 수도 있어야 한다. 화면으로 판단이 서지 않을 때는 병원선 대면진료로 넘길 경로도 있어야 한다. 현재 이 중 가능한 것은 없다.
해수부는 섬닥터 사업은 비대면 진료 제도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거쳤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대면진료와 관련해 협의한 것은 맞지만,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 (사업을) 하게 해준다”며 “해수부가 추진하는 것이라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현장 요구는 정부가 택한 방향과 달랐다. 병원선을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새 장비를 더 놓기보다 이미 매달 섬을 찾는 병원선을 최대한 활용하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기상악화나 선박 고장으로 예정된 순회진료가 무산된 날만이라도, 기존 환자에 한해 전화·화상 진료를 허용해달라는 것이 대표적이다.
박경숙 경남도 병원선 담당 사무관은 “요즘도 주민들이 아프면 ‘약 좀 보내주면 안 되느냐’는 전화가 온다”고 말했다. 특히 고령의 섬 주민들은 화면 속 처음 보는 의사보다 매달 얼굴을 맞대는 병원선 의료진을 가깝게 여긴다.
그러나 병원선은 전화에 답할 수 없다. 병원선은 의료법상 의료기관도, 지역보건법이 열거한 지역보건의료기관도 아니다. 오는 12월24일 개정 의료법이 시행되면 비대면진료가 상시 제도가 되지만 그 진료를 할 수 있는 기관 목록에도 병원선은 빠져있다. 비대면 진료 제도를 주관하는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병원선의 지역보건의료정보시스템(PHIS) 이용을 법 개정 없이 행정 결정으로 허용했다. 그러나 비대면진료 허용 여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원선은 의사가 섬으로 들어가 대면진료를 하는 수단”이라며 “섬 주민이 필요하면 육지 병원에 전화·화상으로 연결해 진료받고 약을 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섬마을을 이해하지 못한 것에 가깝다.
섬에는 글을 읽지 못하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회원등록과 본인확인, 예약을 거쳐야 화면이 열리는 키오스크 앞에서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마을 대표가 도우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다. 해수부도 장비를 설치할 때 이장·통장 등 마을 대표를 관리자로 지정해 사용법을 교육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역할에 주어지는 보상은 없다. 섬닥터를 설치하고 있는 해수부 관계자는 “돕는 것은 의무가 아니고, 봉사 정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전화도 다르지 않다. 병원선 의료진이 매달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고령의 어르신이 어디가 아프고, 무슨 약을 원하는지 짚어내는 것이다. 얼굴을 맞대고 표정과 걸음걸이를 보면서 되묻고, 지난달 기록과 맞춰봐야 겨우 나오는 답이다. 처음 통화하는 육지 의사가 목소리만 듣고 그 일을 대신하기는 어렵다.
반면 병원선에는 그 일을 할 조건이 갖춰져 있다. 매달 같은 섬을 도는 사이 의료진은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무슨 약을 먹는지, 지난달 혈압이 얼마였는지를 안다. 배 안에는 약을 짓는 조제 공간이 있어 처방한 약을 곧바로 지어 빠르게 섬으로 들여보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병원선 활용 계획이 없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그 병원선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그게 주무 부처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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