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형사소송법 국무회의 통과, 이 대통령·민주당 정치적 책임 새기길
2026-08-0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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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의 개정 형사소송법 공포안이 4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개정법을 두고 “수사와 기소 분리는 비정상적 형사사법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첫 출발”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이 법안이 위헌이라거나 행정부 고유 권한을 침해하는 등 (법 개정에 따른 부작용이) 국회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개정법은 검사의 수사개시권과 보완수사권을 모두 삭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경찰은 두 달 안에 보완수사를 마쳐야 한다. 70여년 만의 혁명적 변화는 마침내 시작됐다. 어떤 결과가 생기든 그 책임은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돌아갈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경찰의 수사권 독점과 비대화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며 “새로운 수사 시스템 정착 과정에서 국민이 억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수사 공정성과 수사 역량 제고에 작은 빈틈도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뼈를 깎는 자세로 내부 비리 근절과 피해자 보호, 민주적 통제 강화에 매진해 믿음직한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장윤기 사건’ 이후 경찰 수사를 둘러싸고 국민적 불신이 커진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본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게 마련이다. 경찰 수사 전 과정에 적용되는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감찰 기능을 고도화해 ‘사건 암장’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기존에 검찰 수사를 중심으로 적용되던 영장 제도를 재정비하고, 범죄 피해자가 수사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형소법 개정 과정에서 최대 이슈는 검찰 보완수사권 존치·폐지 문제였다. 국민 여론은 존치 쪽이 압도적이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7월14~16일 조사) 결과 ‘유지해야 한다’가 61%, ‘전면 폐지해야 한다’가 23%로 나타났다. 이 대통령도 일부 예외적인 경우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언급을 몇 차례 한 바 있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국회에 맡기겠다고 했다. 집권여당 지도부는 국민 여론과도, 대통령 소신과도 반대 방향으로 달려간 셈이다.
이 대통령이 한때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했다는 게 더 이상은 ‘알리바이’가 될 수 없다. 오는 10월2일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까지는 5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 시스템 변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빚어질 경우 그로 인한 피해는 사회·경제적 약자에 집중될 우려가 크다. 이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에서 변경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세심하게 점검하고, 부족하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신속하고 과감하게 철저히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 약속을 반드시 지키기 바란다.
아홉 살의 여름방학 일과는 아침에 <탐구생활> 방송을 듣는 데서 시작했다. 학년별로 정해진 시간대에 EBS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고 학교에서 지급된 교재를 푸는 방식이었다. 물론 서울올림픽 시대에 그런 예스러운 기획이 잘 통하진 않았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 방송분을 놓친 어린이들을 위한 대본이 개학 즈음해 공공연히 유통됐고, 어느 문방구에서는 아예 모범 답안을 만들어 판다더라는 소문도 돌았다. 난 얕은 개울에 들어갈 때도 준비운동을 잊지 않던 교과서적인 꼬마였던지라 편법 없이 정시에 라디오를 켜고 교재를 펼쳤다.
그날 치의 방송 교습을 마치면 동네 책 대여점으로 달려갔다. 어린이 월간지 <보물섬>이나 만화책 <맹꽁이서당>을 빌릴 때도 있었지만 ‘지경사’라는 아동문학 출판사의 소녀 명랑 소설 시리즈를 특히 좋아했다. <말괄량이 쌍동이>와 <외동딸 엘리자베스> 등 영국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한 아기자기한 우정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책을 빌린 후 동전이 남으면 슈퍼마켓에 들러 바나나킥이나 홈런볼 과자를 샀다. 이따금 큰맘 먹고 지하철역 노점까지 걸어가 설탕 한 움큼 넣고 찐 옥수수나 갓 썰어낸 당면순대를 사기도 했다. 책 한 권과 군것질 하나로 오후 내내 즐거웠다.
이웃에 나와 동갑내기의 여자아이 셋이 더 있었다. 그해 여름 우리 넷은 모이기만 하면 우리가 개발한 ‘중전 놀이’라는 걸 했다. 놀이의 개요는 MBC에서 방영한 <조선왕조 오백년> ‘인현왕후 편’이었다. 궁중 당의를 흉내 내어 손을 앞치마 뒤로 감추고 저마다 인현왕후와 희빈 장씨, 숙빈 최씨가 되었다. 그날의 가위바위보에서 진 사람이 상감마마 남장을 했다. 안방엔 중전이, 작은방엔 희빈이, 다용도실 빨래통 옆엔 숙빈이 각각 들어가 앉았다. 극 전개상 인현왕후의 폐위 및 복위 시점엔 우리도 안방과 작은방 사이에서 위치 바꾸기를 했다. 후궁 품계의 ‘숙원’을 ‘수건’으로 알 만큼 무지했으면서도 권력의 속성을 모르지는 않았던 게다. 우리 중 하나에게 언니들의 놀이판에 끼고 싶어 안달하던 두 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어, 궁녀 역할은 그 아이가 도맡아 했다. 마마님은 셋인데 궁녀는 하나라, 인현왕후 시중들다 어느새 장희빈의 명을 받들어 승은 상궁을 끌어내고 막판엔 장희빈의 입에 사약(콜라)을 부어 넣기도 했으니, 배신의 달인이었던 셈이다.
어느 날엔가 거실 책장에서 <왕비열전>이란 제목을 가진 전집을 발견했다. 세로쓰기 방식으로 제작된 옛 책이었다. 궁중 서사에 몰입해 있던 우리는 그걸 읽고 놀이의 레퍼토리를 확장해보려는 야심을 품었다. 목차는 한자였지만 본문은 한글로 쓰여 있어 페이지를 휙휙 넘기며 ‘장희빈’ ‘숙종’ 이런 단어가 어디 나오나 찾으려 했다. 그러던 중 기묘한 묘사에 닿게 되었으니, 그 책은 우리가 막연히 예상했던 성격의 어른용 위인전기가 아니었다. ‘방중술’ 같은 생경한 낱말이 나왔으나 학교 가서 선생님께 의미를 여쭈면 안 됨을 직감했다. 누렇게 바랜 종이에 적힌, 임금의 밤을 기쁘게 하기 위한 기술들. 생애 처음 마주한 ‘이세계’였다.
싱그러운 계절이라 하기엔 몹시 덥지만, 아무튼 여름이다. 오늘 몫의 일을 하고서 영화 <호프>를 보러 가는 이 밤, 탐구생활 과제를 끝낸 다음 책 대여점으로 뛰어가고 친구네 집에 모여서 중전 놀이하던 그해 여름방학처럼 마음이 둥실거린다.
정부가 최대주주의 상속 과정에서 고의적으로 주가를 낮춰 세금을 피하는 이른바 ‘주가 누르기’를 방지하는 목적의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직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정부안대로라면 상당수 기업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고 해당되더라도 최대주주에게 부과되는 세 부담이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5월 ‘주가 누르기 방지법’을 대표발의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서 “정부안은 주가 누르기 방지법의 아이디어 자체를 무색하게 만드는 방향”이라며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나쁜 법안”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이날 성명을 내고 “자본시장 정상화라는 정책 목표에 비해 크게 미흡하다”며 “정부안이 수많은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에 사실상 면죄부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대목은 정부안대로라면 적용 대상 기업이 100여개로 극히 적을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안은 최근 6년간(13반기 중 누적 12반기) 업종별로 PBR 하위 25%(코스피), 하위 10%(코스닥) 상장기업을 주가 누르기 추정 대상에 올린다. 국세청 심의를 거쳐 주가 누르기가 맞다고 판단되면 최근 6개월~6년6개월간 종가의 평균과 현 평가 방법에 따른 시가(주가)의 1.3배(30% 할증) 중 더 큰 것을 기준으로 한다.
거버넌스포럼은 정부안으로 저PBR 상장기업 수를 추정한 결과, “코스피 기준 87개, 코스닥 기준 43개로 총 130개에 불과하다”며 “대부분의 대기업 및 중견기업은 (대상에서)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상장사의 시가총액이 순자산가치의 80%(PBR 0.8배)에 미치지 못할 경우 순자산가치의 80%를 하한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골자였다. 이를 적용하면 국내 상장기업 1300여개가 대상에 포함된다.정부안대로 부과하더라도 실제 세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 의원은 주가 누르기 기업에 해당하더라도 최근 시가의 1.3배로 과세돼 내야 할 세금이 미미하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PBR이 0.1배인 상장회사의 경우 이 의원 개정안대로라면 PBR 0.8배를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지지만, 정부안으로는 0.13배만 내면 된다는 것이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세제개편안에서 ‘PBR 0.8’이라는 절대적 기준은 사라지고 상장주식의 평가기간만 늘어났다”며 “주가를 억누르려는 대주주의 유인이 본질적으로 바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정한 저PBR 상장기업 기준을 적용했고, 1분기만 주가를 올려두면 규제를 피할 수 있으니 13반기 중 누적 12반기로 기준을 정한 것”이라며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는 민간 위원을 과반 이상 배치해 신뢰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경찰의 수사권 독점과 비대화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며 “새로운 수사 시스템 정착 과정에서 국민이 억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수사 공정성과 수사 역량 제고에 작은 빈틈도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뼈를 깎는 자세로 내부 비리 근절과 피해자 보호, 민주적 통제 강화에 매진해 믿음직한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장윤기 사건’ 이후 경찰 수사를 둘러싸고 국민적 불신이 커진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본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게 마련이다. 경찰 수사 전 과정에 적용되는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감찰 기능을 고도화해 ‘사건 암장’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기존에 검찰 수사를 중심으로 적용되던 영장 제도를 재정비하고, 범죄 피해자가 수사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형소법 개정 과정에서 최대 이슈는 검찰 보완수사권 존치·폐지 문제였다. 국민 여론은 존치 쪽이 압도적이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7월14~16일 조사) 결과 ‘유지해야 한다’가 61%, ‘전면 폐지해야 한다’가 23%로 나타났다. 이 대통령도 일부 예외적인 경우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언급을 몇 차례 한 바 있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국회에 맡기겠다고 했다. 집권여당 지도부는 국민 여론과도, 대통령 소신과도 반대 방향으로 달려간 셈이다.
이 대통령이 한때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했다는 게 더 이상은 ‘알리바이’가 될 수 없다. 오는 10월2일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까지는 5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 시스템 변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빚어질 경우 그로 인한 피해는 사회·경제적 약자에 집중될 우려가 크다. 이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에서 변경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세심하게 점검하고, 부족하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신속하고 과감하게 철저히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 약속을 반드시 지키기 바란다.
아홉 살의 여름방학 일과는 아침에 <탐구생활> 방송을 듣는 데서 시작했다. 학년별로 정해진 시간대에 EBS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고 학교에서 지급된 교재를 푸는 방식이었다. 물론 서울올림픽 시대에 그런 예스러운 기획이 잘 통하진 않았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 방송분을 놓친 어린이들을 위한 대본이 개학 즈음해 공공연히 유통됐고, 어느 문방구에서는 아예 모범 답안을 만들어 판다더라는 소문도 돌았다. 난 얕은 개울에 들어갈 때도 준비운동을 잊지 않던 교과서적인 꼬마였던지라 편법 없이 정시에 라디오를 켜고 교재를 펼쳤다.
그날 치의 방송 교습을 마치면 동네 책 대여점으로 달려갔다. 어린이 월간지 <보물섬>이나 만화책 <맹꽁이서당>을 빌릴 때도 있었지만 ‘지경사’라는 아동문학 출판사의 소녀 명랑 소설 시리즈를 특히 좋아했다. <말괄량이 쌍동이>와 <외동딸 엘리자베스> 등 영국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한 아기자기한 우정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책을 빌린 후 동전이 남으면 슈퍼마켓에 들러 바나나킥이나 홈런볼 과자를 샀다. 이따금 큰맘 먹고 지하철역 노점까지 걸어가 설탕 한 움큼 넣고 찐 옥수수나 갓 썰어낸 당면순대를 사기도 했다. 책 한 권과 군것질 하나로 오후 내내 즐거웠다.
이웃에 나와 동갑내기의 여자아이 셋이 더 있었다. 그해 여름 우리 넷은 모이기만 하면 우리가 개발한 ‘중전 놀이’라는 걸 했다. 놀이의 개요는 MBC에서 방영한 <조선왕조 오백년> ‘인현왕후 편’이었다. 궁중 당의를 흉내 내어 손을 앞치마 뒤로 감추고 저마다 인현왕후와 희빈 장씨, 숙빈 최씨가 되었다. 그날의 가위바위보에서 진 사람이 상감마마 남장을 했다. 안방엔 중전이, 작은방엔 희빈이, 다용도실 빨래통 옆엔 숙빈이 각각 들어가 앉았다. 극 전개상 인현왕후의 폐위 및 복위 시점엔 우리도 안방과 작은방 사이에서 위치 바꾸기를 했다. 후궁 품계의 ‘숙원’을 ‘수건’으로 알 만큼 무지했으면서도 권력의 속성을 모르지는 않았던 게다. 우리 중 하나에게 언니들의 놀이판에 끼고 싶어 안달하던 두 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어, 궁녀 역할은 그 아이가 도맡아 했다. 마마님은 셋인데 궁녀는 하나라, 인현왕후 시중들다 어느새 장희빈의 명을 받들어 승은 상궁을 끌어내고 막판엔 장희빈의 입에 사약(콜라)을 부어 넣기도 했으니, 배신의 달인이었던 셈이다.
어느 날엔가 거실 책장에서 <왕비열전>이란 제목을 가진 전집을 발견했다. 세로쓰기 방식으로 제작된 옛 책이었다. 궁중 서사에 몰입해 있던 우리는 그걸 읽고 놀이의 레퍼토리를 확장해보려는 야심을 품었다. 목차는 한자였지만 본문은 한글로 쓰여 있어 페이지를 휙휙 넘기며 ‘장희빈’ ‘숙종’ 이런 단어가 어디 나오나 찾으려 했다. 그러던 중 기묘한 묘사에 닿게 되었으니, 그 책은 우리가 막연히 예상했던 성격의 어른용 위인전기가 아니었다. ‘방중술’ 같은 생경한 낱말이 나왔으나 학교 가서 선생님께 의미를 여쭈면 안 됨을 직감했다. 누렇게 바랜 종이에 적힌, 임금의 밤을 기쁘게 하기 위한 기술들. 생애 처음 마주한 ‘이세계’였다.
싱그러운 계절이라 하기엔 몹시 덥지만, 아무튼 여름이다. 오늘 몫의 일을 하고서 영화 <호프>를 보러 가는 이 밤, 탐구생활 과제를 끝낸 다음 책 대여점으로 뛰어가고 친구네 집에 모여서 중전 놀이하던 그해 여름방학처럼 마음이 둥실거린다.
정부가 최대주주의 상속 과정에서 고의적으로 주가를 낮춰 세금을 피하는 이른바 ‘주가 누르기’를 방지하는 목적의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직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정부안대로라면 상당수 기업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고 해당되더라도 최대주주에게 부과되는 세 부담이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5월 ‘주가 누르기 방지법’을 대표발의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서 “정부안은 주가 누르기 방지법의 아이디어 자체를 무색하게 만드는 방향”이라며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나쁜 법안”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이날 성명을 내고 “자본시장 정상화라는 정책 목표에 비해 크게 미흡하다”며 “정부안이 수많은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에 사실상 면죄부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대목은 정부안대로라면 적용 대상 기업이 100여개로 극히 적을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안은 최근 6년간(13반기 중 누적 12반기) 업종별로 PBR 하위 25%(코스피), 하위 10%(코스닥) 상장기업을 주가 누르기 추정 대상에 올린다. 국세청 심의를 거쳐 주가 누르기가 맞다고 판단되면 최근 6개월~6년6개월간 종가의 평균과 현 평가 방법에 따른 시가(주가)의 1.3배(30% 할증) 중 더 큰 것을 기준으로 한다.
거버넌스포럼은 정부안으로 저PBR 상장기업 수를 추정한 결과, “코스피 기준 87개, 코스닥 기준 43개로 총 130개에 불과하다”며 “대부분의 대기업 및 중견기업은 (대상에서)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상장사의 시가총액이 순자산가치의 80%(PBR 0.8배)에 미치지 못할 경우 순자산가치의 80%를 하한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골자였다. 이를 적용하면 국내 상장기업 1300여개가 대상에 포함된다.정부안대로 부과하더라도 실제 세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 의원은 주가 누르기 기업에 해당하더라도 최근 시가의 1.3배로 과세돼 내야 할 세금이 미미하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PBR이 0.1배인 상장회사의 경우 이 의원 개정안대로라면 PBR 0.8배를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지지만, 정부안으로는 0.13배만 내면 된다는 것이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세제개편안에서 ‘PBR 0.8’이라는 절대적 기준은 사라지고 상장주식의 평가기간만 늘어났다”며 “주가를 억누르려는 대주주의 유인이 본질적으로 바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정한 저PBR 상장기업 기준을 적용했고, 1분기만 주가를 올려두면 규제를 피할 수 있으니 13반기 중 누적 12반기로 기준을 정한 것”이라며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는 민간 위원을 과반 이상 배치해 신뢰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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