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팔로워 구매 [기고]빛의 혁명, 그날의 기록을 지켜주세요
2026-08-1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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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팔로워 구매 2024년 12월3일 밤, 우리는 텔레비전과 휴대전화 화면 앞에서 숨을 죽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리와 광장으로 나섰다. 누군가는 손팻말을 만들었고, 누군가는 응원봉을 밝혔다. 또 누군가는 추위에 떠는 시민에게 은박담요를 건넸고, 누군가는 그 순간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겼다. 그날 시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대한민국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일 년 반이 지난 지금,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노력은 소중한 결실을 봤고, 우리 일상도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기억은 시간이 흐를수록 희미해지고, 그날의 물건도 서랍과 창고 속에서 조금씩 빛을 잃어간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과 영상은 기기를 바꾸거나 계정이 사라지는 순간 함께 없어질 수 있다. 현장에서 들었던 손팻말과 현수막 등은 이사하거나 물건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버려질 수도 있다. 당시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의 기억조차 시간이 지나면 온전히 되살리기 어렵다.
우리가 지금 이 기억을 기록으로 남겨놓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위태로웠던 순간에 시민들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기억할 자료가 모르는 사이에 사라질 것이다.
‘빛의 위원회’가 국민신문고와 서울·세종 현장접수센터를 통해 ‘빛의 혁명 기록물’을 기증받고 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순간부터 헌정 질서를 지키고 회복하기 위해 시민들이 직접 만들고, 사용하고, 경험하고, 남긴 모든 흔적들이 수집 기록물 대상이다.
그날의 생각과 감정을 적은 일기와 메모, 함께 읽었던 선언문과 유인물, 현장을 담은 사진·영상·녹음자료, 온라인에 남긴 글과 디지털 콘텐츠가 모두 소중한 기록이다. 손팻말과 현수막, 깃발과 응원봉, 시민들의 몸을 녹여주었던 은박담요 역시 당시 광장의 모습과 분위기를 미래세대에 전하는 중요한 역사적 자료다.
이러한 기록에는 국가기관의 공문서만으로는 담기 어려운 이야기가 들어 있다. 국가적 위기의 순간에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서로를 어떻게 보호하고 격려했는지, 비폭력과 연대의 힘으로 우리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지켜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날의 역사를 만들어낸 주인공이자 기록의 저자는 추운 겨울날 거리와 광장에 섰던 시민들이다. 원본 기증이 어려울 때는 기록물의 특성과 권리관계를 확인해 디지털 사본이나 촬영본을 제공하는 방법도 함께 검토할 수 있다. 시민과 단체가 소중하게 보관해온 기록을 단순히 국가기관으로 이전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적은 아니다.
얼굴과 음성, 위치정보 등 개인정보가 포함된 사진과 영상, 개인적인 내용이 담긴 일기와 메모를 공개하는 것이 걱정될 수 있다. 빛의 위원회는 기증자의 의사와 관련 기준을 충분히 확인해 공개 여부와 범위, 시기를 정하려 한다. 당장 공개하기 어려운 자료라 하더라도 역사적 가치가 있다면 안전하게 보존한 뒤 적절한 활용 방안을 차분히 검토할 것이다.
빛의 혁명과 관련된 많은 기록은 이미 시민단체와 시민사회, 언론인과 사진가, 현장활동가들이 보유하고 있다. 위원회는 이러한 기록을 일방적으로 넘겨받거나 하나의 국가 아카이브로 흡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기록의 소유권과 그 안에 담긴 경험과 해석을 존중하면서, 시민사회와의 연대와 신뢰 속에서 함께 보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할 계획이다.
작은 기록이지만 시민들이 간직한 소중한 기록들이 함께 놓일 때 그날의 역사를 미래세대에 온전히 전하고,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더욱 풍부하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소통과 연대의 공동체가 빛났던 123일, 그 겨울의 기억을 ‘빛의 위원회’와 함께 지켜주시기를 부탁드린다.
(1)“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더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반성하고 혁신의 다짐을 해야 한다’며 ‘내부 총질’ 비판에 직면한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에게 힘을 실었다. 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연인원 2000만명이 넘는 국민이 촛불을 들어 만들어준 정권을 5년 만에 검찰 정권에 넘겨줬다’고 지적하면서 이같이 말했다.”(동아일보 2022년 5월26일)
(2)“‘이재명 지키기’용 가짜뉴스와 방탄 추태가 판치는 민주당에서 역설적으로 상식에 부합하는 언행을 하는 이가 ‘친명 좌장’ 정성호 의원이다…‘친명 좌장이니 수사와 관련해 이재명 대표와 얘기를 나누지 않나’라고 물으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난 이 대표와 전혀 얘기 안 한다. 안부 전화나 하는 수준이지, 수사에 대해선 한마디도 안 한다…그리고 날 친명 좌장이라 부르지 말라…난 갈라치기에 질색하는 사람이다. 대선 끝나고 이른바 친명이란 의원들과 밥 한번 먹은 적이 없다.’”(중앙일보 논설위원 강찬호 2023년 1월26일 칼럼)
(3)“정성호 의원도 최고위원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명비어천가(이재명+용비어천가)’에 대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쓴소리했다. 그는 ‘최고위원으로서 민주당을 어떻게 혁신할 것이고 다음 지방선거,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당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될 것인지 자기의 비전과 가치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한국일보 2024년 7월11일)
(4)“네 차례 백봉신사상을 수상한 정성호 의원은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의회주의자로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38년 정치적 동지라는 인연 때문에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지만, 수시로 비판을 아끼지 않는 ‘레드팀’ 역할을 자임해왔다…‘친명계 좌장’이란 별칭이 자연스러울 법한데도 그는 태종이 위징을 칭했던 ‘거울 같은 참모’이길 원한다. 이 대통령의 정치적 거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수천만 민심의 바다를 움직여야 할 지도자가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게 하는 것’이 그의 참모론이다.”(경향신문 2025년 6월11일)
(5)“역대 정권 내에는 (상식과 규범에 맞는 합리적 행동을 하도록 이끄는) 전두엽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인기는 없다 해도 바른말과 쓴소리를 하기 때문에 그들의 영향력을 무시하지 못했다. 지금 정권에선 정성호 법무장관 같은 사람이 전두엽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도 시달리다 지쳐서 이제 손을 드는 것 같다.”(조선일보 편집인 양상훈 2026년 7월30일 칼럼)
이상 소개했듯이, 정성호에 대한 언론의 평가는 호의적이다. 감동적인 미담도 많다. 민주당의 강성 당원들은 그를 ‘수박’이라 부르면서 자주 비난하지만, 이는 ‘합리적 온건’이 욕을 먹는 이재명 시대의 업보인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9월 정치칼럼니스트 윤태곤이 “대통령 눈에 드는 것보다 지지층을 향해서만 세게 지르면 통한다는 성공 전략이 번지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듯이 말이다.
“이 경쟁에는 직업 공무원도 가세했다. 공개 석상에서 법무부 차관과 검찰 고위 간부는 물론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민정수석을 ‘검찰 개혁 5적’이라 규정하고 정성호 장관을 맹비난한 임은정 동부지검장이 선두 주자다…이제 ‘정성호 같은 온건파나 고위 관료들은 기득권과 야합하는 배신자’라고 공격당하는 일이 늘어날 것이다.”
이재명 위해선 ‘두 얼굴의 전략’
지난 20여년간 정성호의 정치활동을 유심히 지켜본 나 역시 그에게 강한 호감을 갖고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그에 대해 ‘이해하기 참 어려운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정치인이라면 자신이 생색낼 수 있는 일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텐데 그런 기회마저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면서 “왜 저러지?” 하는 의문이 들곤 했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지만, 서울대 운동권 출신인 정성호는 사법연수원 시절 이재명을 만나 돈 벌 생각만 하고 있던 그를 의식화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문제는 정성호 자신이었다. 의식화 작업에 대한 책임이라고나 할까? 품성이 올곧고 착한 그는 자신이 믿지 않는 일은 할 수 없는 사람이다. 다들 그렇지 않으냐고? 그렇지 않다. 정치인들은 대부분 연기를 한다. 권력자를 믿지 않아도 자신에게 유리하다면 얼마든지 충성할 수 있다. 정치를 일종의 주고받는 거래관계로 보는 것이다. 그러니 마음의 갈등도 없다.
정치인만 그러나? 지식인도 그런다. 한자리하고 싶은 욕망이 앞서면 권력을 가진 정치인에게 줄을 서는 게 중요하지 그 정치인을 믿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지 않는 법이다. 아니, 충성을 위해 자신의 신념이나 원칙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그런 융통성으로 마음고생할 일이 없으니 격무에 시달려도 정신은 건강하다.
그런데 정성호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자기가 믿지 않는 일은 못한다. 수많은 논란을 양산해온 이재명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 그는 무조건 이재명을 믿기로 했다. 물론 나름 믿는 구석도 있었을 것이고 여러 조사를 통해 검증도 했겠지만, 그가 자주 발설해온 “이재명을 믿는다”는 확언의 맥락을 잘 뜯어보면 그의 믿음이 ‘무조건’에 가깝다는 걸 알 수 있다.
바로 여기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의 ‘이재명 옹호’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일 때도 많지만, 그렇게 대처하기 어려울 때엔 신앙의 영역으로 도피해버린다. 그를 믿었던 사람들은 여기서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는 너그럽고 온화하고 포용력 있는 사람이지만, ‘이재명 옹호’를 위해선 인색하고 과격하고 편협해지는 것도 불사한다.
정권에 도움 될까 생각해봤으면
앞의 1번 인용문을 상기해보자. 정성호는 ‘내부 총질’ 비판에 직면한 박지현을 적극 옹호했지만, 50일 후 박지현이 이재명을 비판하자 “어느 날 갑자기 자다 일어나서 제1야당의 당대표가 된 (사람)”으로 폄하했다. 그해 11월엔 구속된 이재명 최측근인 김용·정진상을 ‘심부름꾼’으로 격하했다. 이재명 보호를 위한 집념, 무섭다!
2번 인용문을 보자. 정성호를 긍정 평가했던 강찬호는 20일 후 배신감을 토로했다. “정 의원이 대장동 비리 의혹으로 구속된 이 대표의 왼팔과 오른팔(정진상·김용)을 ‘특별면회’ 형식으로 만나 논란이 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니 그 자체가 충격적이다.” 만나서 “알리바이를 만들라” “이대로 가면 이재명이 대통령 된다” 같은 말을 했다니, “정 의원의 말을 ‘소신 발언’으로 여기고 칼럼에 소개까지 했던 기자로선 극도의 서운함을 느꼈다”는 심정이 이해가 간다.
정성호의 법무장관 사의 표명이 화제가 된 7월26일 전 의원 조응천은 “정 장관과 대학·사시 동기이고 한때 법사위 바로 옆자리에서 함께 의정활동을 했던 자로서 이런 지적질하는 게 결코 유쾌하지 않다”면서도 “정 장관은 장관 지명 직전 서울대 특강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소 취소가 맞다’고 발언하여 경악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이어 “장관 취임 이후로도 지금껏 정성호 장관은 대놓고 정파적인 법무행정으로 일관”했다며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연어 술파티 의혹’ 법무부 특별점검팀 구성, 박상용 검사 징계, 정유미 검사장 강등 등을 예로 들었다. 사실 큰소리 내지 않고 부드럽게 인사권을 이용해 검사들의 반발을 잠재운 그의 솜씨는 ‘중성자탄’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정성호의 그런 일련의 조치들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정성호에게 앞서 소개한 5개의 호평과는 상반되는 다른 모습도 있으며, 이런 ‘두 얼굴 전략’이 자신은 물론 이재명 정권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생각을 해보는 게 좋겠다는 것이다. 아니, 그 이전에 그의 건강이 매우 염려된다. 정성호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수면 장애가 굉장히 심해 잠을 못 잔다. 깊은 잠을 못 자, 잠이 들어도 새벽 2시에 깼다가 한 시간 뒤 다시 깨고 이러니 건강 상태가 몹시 좋지 않다”고 했다.
정성호는 “맡겨진 일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생각이 많아지다보니 이 병, 저 병에 여러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했지만, 그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이재명에 대한 절대적 신뢰가 현실 세계와 갈등을 빚는 데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다. 절대적 신앙의 세계에서 벗어나 세속적인 세계로 나아가 ‘이재명에 대한 책임’을 내려놓고 자신의 삶을 사는 자유를 만끽하면 좋겠다. 그래야 다시 건강도 되찾을 수 있다.
학기 말이면 표지와 등이 플라스틱으로 제본된 논문과 자료집이 수십 권씩 쌓인다. 바쁘다는 핑계로 한번은 그것들을 한꺼번에 종이 폐기물로 내놓았더니, 남편이 도로 끄집어내 하나씩 뜯어내며 핀잔했다. 당신이 열심히 연구하는 그 노동자가 결국 이걸 다 분리해야 하는 것이잖아. 부끄러울 일은 며칠 뒤 또 있었다. 폐기물처리 노동자의 불안정성에 대해 자문한다는 취재기자를 통해, 나는 쓰레기 소각장과 재활용 선별장이 땅 밑에 있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됐다.
하남시 유니온파크는 2015년 준공된 국내 최초의 복합 지하 환경기초시설이다. 지하에 쓰레기 소각, 선별, 음식물 및 하수처리시설이 들어서 있고, 지상에는 근사한 전망대와 편의시설, 푸른 잔디가 있다. 주민들은 땅 밑에 ‘숨겨둔’ 소각장 위에서 운동하고 반려견도 산책시킨다. 서울 중구에는 1999년에 이미 지하 재활용 처리장이 문을 열었고, 은평구와 강동구도 마찬가지로 지하화했다.
땅 밑의 선별장에서는 수거차가 쏟아낸 뒤섞인 쓰레기가 컨베이어벨트 위를 지나가고, 노동자들이 그 앞에서 페트병과 비닐과 캔을 손으로 골라낸다. 내가 슬쩍 내보내려던 플라스틱 표지도 그 벨트 위를 지나갔을 것이다. 음식물처리시설에서는 파쇄와 탈수와 건조가 이어지고, 소각시설에서는 누군가가 쓰레기를 소각로에 밀어 넣고 또 누군가는 그 고온의 설비를 정비한다.
한국 여름이 얼마나 더운지는 모두가 안다. 그런데 그 여름을 창문 없는 지하에서 온종일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일부 설비는 45도까지 오른다고 한다. 땀으로 빠져나간 염분을 채우려 소금을 먹고, 안전 때문에 긴소매 작업복은 벗을 수 없다. 짧은 휴식시간에 지하 4층에서 지상까지 올라갔다 오는 시간이 아까워 그대로 주저앉는다고 했다.
2026년부터 수도권에서는 생활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되고, 발생한 곳에서 쓰레기를 처리하는 원칙이 시행됐다. 매립지의 토양오염을 줄이는 일은 필요했고, 한곳에 집중돼 있던 부담을 나누자는 취지도 정당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우리는 환경을 위해 매립을 반대하고 분리배출도 성실히 한다. 그렇게 필요해진 재활용시설과 소각장은 ‘어딘가’에 지어져야 하는데, 그 어딘가는 어디인가. 그래서 나온 해법이 ‘지하화’였다. 서울시와 수원시가 준비 중인 쓰레기처리시설 역시 같은 방식이다. 갈등은 해소된 것이 아니라 땅 아래로 내려갔을 뿐이다.
국가는 눈에 보이는 오염, 냄새와 소음과 먼지를 관리하는 데는 유능하다. 그것이 시민의 지지를 얻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환경에 전면적으로 투자하는 일 앞에서는 멈춘다. 불안정 노동자의 목소리는 힘을 갖기 어렵고,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는? 줄지 않는 쓰레기를 다만 보이지 않게 할 뿐이다.
산업안전보건 기준은 환기가 불충분하고 화재 위험이 있는 곳을 ‘밀폐 공간’으로 정해 엄격한 안전조치를 요구한다. 그러나 폐기물관리법에는 지하화에 따른 노동안전 기준이 매우 부족하다. 오염된 공기는 ‘정화’ 장치를 거쳐 지상으로 나가지만 지하에서 일하는 사람을 위한 ‘환기’ 설비는 미흡하다고 현장 노조는 말한다. 이 얼마나 비대칭적인가. 위험은 한 번 더 옮겨진다. 생활폐기물처리시설 노동자의 약 61%가 민간위탁 소속으로, 3년짜리 계약직으로 일한다. 위탁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도 연차도 끊긴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나흘 이상 치료받은 노동자 가운데 72%는 산업재해를 신청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분리배출을 마친 뒤의 뿌듯함, 시설 위의 친환경적인 공원, 눈앞에서 사라진 쓰레기. 시민에게는 효능감을, 국가에는 정당성을 주지만 쓰레기 총량은 뚜렷이 줄지 않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남는다.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진짜 전환은 그 부담과 불편을 함께 지겠다는 사회적 연대 없이는 불가능하고, 그 연대에서 폐기물처리 노동자를, 나아가 우리 사회의 노동자를 빼놓고는 어디에도 갈 수 없다. 지하 쓰레기처리시설의 노동환경과 안전기준을 법에 명시하는 일, 민간위탁 구조를 다시 들여다보고 공공 일자리로 만드는 일, 무엇보다 쓰레기를 줄이고 분리배출 이후 누군가의 손을 거쳐야 하는 그 과정에까지 관심을 두는 일부터다.
이 폭염 속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45도의 지하에서 우리의 깨끗함을 대신 감당하고 있다. 도시는 저절로 깨끗해지지 않는다. 땅 아래의 여름을 우리는 보지 않기로 했을 뿐.
일 년 반이 지난 지금,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노력은 소중한 결실을 봤고, 우리 일상도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기억은 시간이 흐를수록 희미해지고, 그날의 물건도 서랍과 창고 속에서 조금씩 빛을 잃어간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과 영상은 기기를 바꾸거나 계정이 사라지는 순간 함께 없어질 수 있다. 현장에서 들었던 손팻말과 현수막 등은 이사하거나 물건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버려질 수도 있다. 당시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의 기억조차 시간이 지나면 온전히 되살리기 어렵다.
우리가 지금 이 기억을 기록으로 남겨놓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위태로웠던 순간에 시민들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기억할 자료가 모르는 사이에 사라질 것이다.
‘빛의 위원회’가 국민신문고와 서울·세종 현장접수센터를 통해 ‘빛의 혁명 기록물’을 기증받고 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순간부터 헌정 질서를 지키고 회복하기 위해 시민들이 직접 만들고, 사용하고, 경험하고, 남긴 모든 흔적들이 수집 기록물 대상이다.
그날의 생각과 감정을 적은 일기와 메모, 함께 읽었던 선언문과 유인물, 현장을 담은 사진·영상·녹음자료, 온라인에 남긴 글과 디지털 콘텐츠가 모두 소중한 기록이다. 손팻말과 현수막, 깃발과 응원봉, 시민들의 몸을 녹여주었던 은박담요 역시 당시 광장의 모습과 분위기를 미래세대에 전하는 중요한 역사적 자료다.
이러한 기록에는 국가기관의 공문서만으로는 담기 어려운 이야기가 들어 있다. 국가적 위기의 순간에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서로를 어떻게 보호하고 격려했는지, 비폭력과 연대의 힘으로 우리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지켜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날의 역사를 만들어낸 주인공이자 기록의 저자는 추운 겨울날 거리와 광장에 섰던 시민들이다. 원본 기증이 어려울 때는 기록물의 특성과 권리관계를 확인해 디지털 사본이나 촬영본을 제공하는 방법도 함께 검토할 수 있다. 시민과 단체가 소중하게 보관해온 기록을 단순히 국가기관으로 이전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적은 아니다.
얼굴과 음성, 위치정보 등 개인정보가 포함된 사진과 영상, 개인적인 내용이 담긴 일기와 메모를 공개하는 것이 걱정될 수 있다. 빛의 위원회는 기증자의 의사와 관련 기준을 충분히 확인해 공개 여부와 범위, 시기를 정하려 한다. 당장 공개하기 어려운 자료라 하더라도 역사적 가치가 있다면 안전하게 보존한 뒤 적절한 활용 방안을 차분히 검토할 것이다.
빛의 혁명과 관련된 많은 기록은 이미 시민단체와 시민사회, 언론인과 사진가, 현장활동가들이 보유하고 있다. 위원회는 이러한 기록을 일방적으로 넘겨받거나 하나의 국가 아카이브로 흡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기록의 소유권과 그 안에 담긴 경험과 해석을 존중하면서, 시민사회와의 연대와 신뢰 속에서 함께 보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할 계획이다.
작은 기록이지만 시민들이 간직한 소중한 기록들이 함께 놓일 때 그날의 역사를 미래세대에 온전히 전하고,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더욱 풍부하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소통과 연대의 공동체가 빛났던 123일, 그 겨울의 기억을 ‘빛의 위원회’와 함께 지켜주시기를 부탁드린다.
(1)“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더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반성하고 혁신의 다짐을 해야 한다’며 ‘내부 총질’ 비판에 직면한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에게 힘을 실었다. 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연인원 2000만명이 넘는 국민이 촛불을 들어 만들어준 정권을 5년 만에 검찰 정권에 넘겨줬다’고 지적하면서 이같이 말했다.”(동아일보 2022년 5월26일)
(2)“‘이재명 지키기’용 가짜뉴스와 방탄 추태가 판치는 민주당에서 역설적으로 상식에 부합하는 언행을 하는 이가 ‘친명 좌장’ 정성호 의원이다…‘친명 좌장이니 수사와 관련해 이재명 대표와 얘기를 나누지 않나’라고 물으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난 이 대표와 전혀 얘기 안 한다. 안부 전화나 하는 수준이지, 수사에 대해선 한마디도 안 한다…그리고 날 친명 좌장이라 부르지 말라…난 갈라치기에 질색하는 사람이다. 대선 끝나고 이른바 친명이란 의원들과 밥 한번 먹은 적이 없다.’”(중앙일보 논설위원 강찬호 2023년 1월26일 칼럼)
(3)“정성호 의원도 최고위원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명비어천가(이재명+용비어천가)’에 대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쓴소리했다. 그는 ‘최고위원으로서 민주당을 어떻게 혁신할 것이고 다음 지방선거,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당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될 것인지 자기의 비전과 가치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한국일보 2024년 7월11일)
(4)“네 차례 백봉신사상을 수상한 정성호 의원은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의회주의자로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38년 정치적 동지라는 인연 때문에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지만, 수시로 비판을 아끼지 않는 ‘레드팀’ 역할을 자임해왔다…‘친명계 좌장’이란 별칭이 자연스러울 법한데도 그는 태종이 위징을 칭했던 ‘거울 같은 참모’이길 원한다. 이 대통령의 정치적 거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수천만 민심의 바다를 움직여야 할 지도자가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게 하는 것’이 그의 참모론이다.”(경향신문 2025년 6월11일)
(5)“역대 정권 내에는 (상식과 규범에 맞는 합리적 행동을 하도록 이끄는) 전두엽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인기는 없다 해도 바른말과 쓴소리를 하기 때문에 그들의 영향력을 무시하지 못했다. 지금 정권에선 정성호 법무장관 같은 사람이 전두엽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도 시달리다 지쳐서 이제 손을 드는 것 같다.”(조선일보 편집인 양상훈 2026년 7월30일 칼럼)
이상 소개했듯이, 정성호에 대한 언론의 평가는 호의적이다. 감동적인 미담도 많다. 민주당의 강성 당원들은 그를 ‘수박’이라 부르면서 자주 비난하지만, 이는 ‘합리적 온건’이 욕을 먹는 이재명 시대의 업보인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9월 정치칼럼니스트 윤태곤이 “대통령 눈에 드는 것보다 지지층을 향해서만 세게 지르면 통한다는 성공 전략이 번지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듯이 말이다.
“이 경쟁에는 직업 공무원도 가세했다. 공개 석상에서 법무부 차관과 검찰 고위 간부는 물론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민정수석을 ‘검찰 개혁 5적’이라 규정하고 정성호 장관을 맹비난한 임은정 동부지검장이 선두 주자다…이제 ‘정성호 같은 온건파나 고위 관료들은 기득권과 야합하는 배신자’라고 공격당하는 일이 늘어날 것이다.”
이재명 위해선 ‘두 얼굴의 전략’
지난 20여년간 정성호의 정치활동을 유심히 지켜본 나 역시 그에게 강한 호감을 갖고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그에 대해 ‘이해하기 참 어려운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정치인이라면 자신이 생색낼 수 있는 일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텐데 그런 기회마저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면서 “왜 저러지?” 하는 의문이 들곤 했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지만, 서울대 운동권 출신인 정성호는 사법연수원 시절 이재명을 만나 돈 벌 생각만 하고 있던 그를 의식화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문제는 정성호 자신이었다. 의식화 작업에 대한 책임이라고나 할까? 품성이 올곧고 착한 그는 자신이 믿지 않는 일은 할 수 없는 사람이다. 다들 그렇지 않으냐고? 그렇지 않다. 정치인들은 대부분 연기를 한다. 권력자를 믿지 않아도 자신에게 유리하다면 얼마든지 충성할 수 있다. 정치를 일종의 주고받는 거래관계로 보는 것이다. 그러니 마음의 갈등도 없다.
정치인만 그러나? 지식인도 그런다. 한자리하고 싶은 욕망이 앞서면 권력을 가진 정치인에게 줄을 서는 게 중요하지 그 정치인을 믿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지 않는 법이다. 아니, 충성을 위해 자신의 신념이나 원칙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그런 융통성으로 마음고생할 일이 없으니 격무에 시달려도 정신은 건강하다.
그런데 정성호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자기가 믿지 않는 일은 못한다. 수많은 논란을 양산해온 이재명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 그는 무조건 이재명을 믿기로 했다. 물론 나름 믿는 구석도 있었을 것이고 여러 조사를 통해 검증도 했겠지만, 그가 자주 발설해온 “이재명을 믿는다”는 확언의 맥락을 잘 뜯어보면 그의 믿음이 ‘무조건’에 가깝다는 걸 알 수 있다.
바로 여기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의 ‘이재명 옹호’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일 때도 많지만, 그렇게 대처하기 어려울 때엔 신앙의 영역으로 도피해버린다. 그를 믿었던 사람들은 여기서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는 너그럽고 온화하고 포용력 있는 사람이지만, ‘이재명 옹호’를 위해선 인색하고 과격하고 편협해지는 것도 불사한다.
정권에 도움 될까 생각해봤으면
앞의 1번 인용문을 상기해보자. 정성호는 ‘내부 총질’ 비판에 직면한 박지현을 적극 옹호했지만, 50일 후 박지현이 이재명을 비판하자 “어느 날 갑자기 자다 일어나서 제1야당의 당대표가 된 (사람)”으로 폄하했다. 그해 11월엔 구속된 이재명 최측근인 김용·정진상을 ‘심부름꾼’으로 격하했다. 이재명 보호를 위한 집념, 무섭다!
2번 인용문을 보자. 정성호를 긍정 평가했던 강찬호는 20일 후 배신감을 토로했다. “정 의원이 대장동 비리 의혹으로 구속된 이 대표의 왼팔과 오른팔(정진상·김용)을 ‘특별면회’ 형식으로 만나 논란이 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니 그 자체가 충격적이다.” 만나서 “알리바이를 만들라” “이대로 가면 이재명이 대통령 된다” 같은 말을 했다니, “정 의원의 말을 ‘소신 발언’으로 여기고 칼럼에 소개까지 했던 기자로선 극도의 서운함을 느꼈다”는 심정이 이해가 간다.
정성호의 법무장관 사의 표명이 화제가 된 7월26일 전 의원 조응천은 “정 장관과 대학·사시 동기이고 한때 법사위 바로 옆자리에서 함께 의정활동을 했던 자로서 이런 지적질하는 게 결코 유쾌하지 않다”면서도 “정 장관은 장관 지명 직전 서울대 특강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소 취소가 맞다’고 발언하여 경악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이어 “장관 취임 이후로도 지금껏 정성호 장관은 대놓고 정파적인 법무행정으로 일관”했다며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연어 술파티 의혹’ 법무부 특별점검팀 구성, 박상용 검사 징계, 정유미 검사장 강등 등을 예로 들었다. 사실 큰소리 내지 않고 부드럽게 인사권을 이용해 검사들의 반발을 잠재운 그의 솜씨는 ‘중성자탄’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정성호의 그런 일련의 조치들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정성호에게 앞서 소개한 5개의 호평과는 상반되는 다른 모습도 있으며, 이런 ‘두 얼굴 전략’이 자신은 물론 이재명 정권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생각을 해보는 게 좋겠다는 것이다. 아니, 그 이전에 그의 건강이 매우 염려된다. 정성호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수면 장애가 굉장히 심해 잠을 못 잔다. 깊은 잠을 못 자, 잠이 들어도 새벽 2시에 깼다가 한 시간 뒤 다시 깨고 이러니 건강 상태가 몹시 좋지 않다”고 했다.
정성호는 “맡겨진 일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생각이 많아지다보니 이 병, 저 병에 여러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했지만, 그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이재명에 대한 절대적 신뢰가 현실 세계와 갈등을 빚는 데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다. 절대적 신앙의 세계에서 벗어나 세속적인 세계로 나아가 ‘이재명에 대한 책임’을 내려놓고 자신의 삶을 사는 자유를 만끽하면 좋겠다. 그래야 다시 건강도 되찾을 수 있다.
학기 말이면 표지와 등이 플라스틱으로 제본된 논문과 자료집이 수십 권씩 쌓인다. 바쁘다는 핑계로 한번은 그것들을 한꺼번에 종이 폐기물로 내놓았더니, 남편이 도로 끄집어내 하나씩 뜯어내며 핀잔했다. 당신이 열심히 연구하는 그 노동자가 결국 이걸 다 분리해야 하는 것이잖아. 부끄러울 일은 며칠 뒤 또 있었다. 폐기물처리 노동자의 불안정성에 대해 자문한다는 취재기자를 통해, 나는 쓰레기 소각장과 재활용 선별장이 땅 밑에 있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됐다.
하남시 유니온파크는 2015년 준공된 국내 최초의 복합 지하 환경기초시설이다. 지하에 쓰레기 소각, 선별, 음식물 및 하수처리시설이 들어서 있고, 지상에는 근사한 전망대와 편의시설, 푸른 잔디가 있다. 주민들은 땅 밑에 ‘숨겨둔’ 소각장 위에서 운동하고 반려견도 산책시킨다. 서울 중구에는 1999년에 이미 지하 재활용 처리장이 문을 열었고, 은평구와 강동구도 마찬가지로 지하화했다.
땅 밑의 선별장에서는 수거차가 쏟아낸 뒤섞인 쓰레기가 컨베이어벨트 위를 지나가고, 노동자들이 그 앞에서 페트병과 비닐과 캔을 손으로 골라낸다. 내가 슬쩍 내보내려던 플라스틱 표지도 그 벨트 위를 지나갔을 것이다. 음식물처리시설에서는 파쇄와 탈수와 건조가 이어지고, 소각시설에서는 누군가가 쓰레기를 소각로에 밀어 넣고 또 누군가는 그 고온의 설비를 정비한다.
한국 여름이 얼마나 더운지는 모두가 안다. 그런데 그 여름을 창문 없는 지하에서 온종일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일부 설비는 45도까지 오른다고 한다. 땀으로 빠져나간 염분을 채우려 소금을 먹고, 안전 때문에 긴소매 작업복은 벗을 수 없다. 짧은 휴식시간에 지하 4층에서 지상까지 올라갔다 오는 시간이 아까워 그대로 주저앉는다고 했다.
2026년부터 수도권에서는 생활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되고, 발생한 곳에서 쓰레기를 처리하는 원칙이 시행됐다. 매립지의 토양오염을 줄이는 일은 필요했고, 한곳에 집중돼 있던 부담을 나누자는 취지도 정당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우리는 환경을 위해 매립을 반대하고 분리배출도 성실히 한다. 그렇게 필요해진 재활용시설과 소각장은 ‘어딘가’에 지어져야 하는데, 그 어딘가는 어디인가. 그래서 나온 해법이 ‘지하화’였다. 서울시와 수원시가 준비 중인 쓰레기처리시설 역시 같은 방식이다. 갈등은 해소된 것이 아니라 땅 아래로 내려갔을 뿐이다.
국가는 눈에 보이는 오염, 냄새와 소음과 먼지를 관리하는 데는 유능하다. 그것이 시민의 지지를 얻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환경에 전면적으로 투자하는 일 앞에서는 멈춘다. 불안정 노동자의 목소리는 힘을 갖기 어렵고,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는? 줄지 않는 쓰레기를 다만 보이지 않게 할 뿐이다.
산업안전보건 기준은 환기가 불충분하고 화재 위험이 있는 곳을 ‘밀폐 공간’으로 정해 엄격한 안전조치를 요구한다. 그러나 폐기물관리법에는 지하화에 따른 노동안전 기준이 매우 부족하다. 오염된 공기는 ‘정화’ 장치를 거쳐 지상으로 나가지만 지하에서 일하는 사람을 위한 ‘환기’ 설비는 미흡하다고 현장 노조는 말한다. 이 얼마나 비대칭적인가. 위험은 한 번 더 옮겨진다. 생활폐기물처리시설 노동자의 약 61%가 민간위탁 소속으로, 3년짜리 계약직으로 일한다. 위탁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도 연차도 끊긴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나흘 이상 치료받은 노동자 가운데 72%는 산업재해를 신청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분리배출을 마친 뒤의 뿌듯함, 시설 위의 친환경적인 공원, 눈앞에서 사라진 쓰레기. 시민에게는 효능감을, 국가에는 정당성을 주지만 쓰레기 총량은 뚜렷이 줄지 않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남는다.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진짜 전환은 그 부담과 불편을 함께 지겠다는 사회적 연대 없이는 불가능하고, 그 연대에서 폐기물처리 노동자를, 나아가 우리 사회의 노동자를 빼놓고는 어디에도 갈 수 없다. 지하 쓰레기처리시설의 노동환경과 안전기준을 법에 명시하는 일, 민간위탁 구조를 다시 들여다보고 공공 일자리로 만드는 일, 무엇보다 쓰레기를 줄이고 분리배출 이후 누군가의 손을 거쳐야 하는 그 과정에까지 관심을 두는 일부터다.
이 폭염 속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45도의 지하에서 우리의 깨끗함을 대신 감당하고 있다. 도시는 저절로 깨끗해지지 않는다. 땅 아래의 여름을 우리는 보지 않기로 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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